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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남은 아름다운 날들
베스 켑하트 지음, 윌리엄 설릿 사진, 공경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2년동안 챈티 클리어 정원을 수없이 방문하며 글을 썼다는 저자를 보니 집근처의 공원이 생각났다. 5년째 살고 있음에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 근처의 공원을 가보고 공원에서 쉴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원이라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가도 공원 주변은 모텔과 음주 가무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만 그득해서 민망할 정도였다.
그리고 조금 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가는 공원은 내가 이상해 보일 정도로 묘한 부위기를 자아냈다.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더라고 우리 나라의 공원은 아직도 이런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 편견을 깨고 집근처의 공원에 마음을 열고 자주 들락거리게 만들어 주고 좋아하게 만들어 준건 다름 아닌 자연이였다.
공원 근처의 아파트에 살게 된지 근 3년만의 일이였다.
2년 정도는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1년동안 마음을 열면서 좋아하게 된 공원은 아름다웠다. 계절을 느낄 수 있었고 늘 같은 계절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자연 앞에서 난 정말 우주속에 한낱 티끌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 사실 또한 싫지 않았다. 자연의 품안에서 평온이 찾아 온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나보다 그 평안함과 자연의 깊이를 더 사랑하고 누렸던 것 같다. 소소한 일상일 것 같으나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분위기에서 썼냐는 느낌이 나타나고 있었고 그 특별함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특별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내게 전달되어 왔다. 나도 자연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갖어 보았기에..
우리나라의 공원의 비슷 비슷함 속에서도 내가 느낄 수 있는게 이 정도인데 챈티 클리어 정원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상상과 함께 사진속의 풍경을 보며 나름대로 정원을 그려 보았다. 저자가 매력에 푹 빠질만한 정원이라는걸 인지 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그리고 정원에서 늘 보는 사람들... 우연히 만난 한국 주부... 그런 평범한 만남속에서 정원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 가고 그 모든것을 우러르며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사실.. 부러웠다.
그런 자연 속에서 나처럼 하찮은 사람도 얼마나 감상적이 되는지 그런 모습을 공상이라 치부해 버리고 나눌이가 없다 푸념하는데 저자는 모든것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 대화가 결코 외롭지 않았다.
나처럼 쓸떼없는 망상이라고 생각되어 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에게도 챈티 클리어 정원은 특별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것이 좋았음에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언어였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의 메마른 감성 탓인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도 자꾸 겉돈다는 느낌이 들면서 우리나라의 수필가들의 글이 떠올랐다. 챈티 클리어 정원이 아름답고 정감이 가긴 해도 우리나라가 아닌 이상 그런 배경에서의 우리나라 수필가들의 글이 궁금해 지기도 했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론 받아들일 수 없는 모순 속에서 우리 수필가들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의 유희를 끌어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비교가 왜 튀어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아름다운 정원 속에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채 한국적인 것을 요구하고 갈망하고 있었다.
챈티 클리어 같은 한국적 정원을 꿈꾸는 건인지.. 한국적인 글솜씨를 갈망하는 것인지도 제대로 모른채 한편에서는 그렇게 뒤죽 박죽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꾸 후자가에 마음이 기울어진 나를 발견하며 떠올리게 되는 근처의 공원속의 나는 절대 그런 글을 끌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채 나의 망상을 매듭지을 수가 없었다.
내 주위의 것들을 우선 느껴보자는 결론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