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겉표지를 보면 소설책이 아닌 것 같았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색의 가운데 떠 있는 물고기..

제목과 상응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왠지 모를 가벼움과 스쳐가는 듯한 인상을 품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가벼이 읽었다.

그렇게 읽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과 읽힘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시간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책을 읽으면서 자꾸 책을 덮고 벌렁 벌렁 눕게 되었다. 그러면서 책 생각.. 내 생각의 혼란속에 조각 맞추기처럼 이어지는 소설의 전개속에서도 용케 그 모든것을 헤쳐 나가게 되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현대 단편과 비슷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현대 단편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3년째 이상문학 수상집을 읽어오면서 우리나라의 단편이라기 보다는 그 수상집만의 단편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짙었는데 파일럿 피쉬를 읽고 있자니 왠지 그 수상집속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았다.

굳이 나의 단편에 대한 짧은 식견을 밝히는 것은 소설의 시점은 현재라는걸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를 살고 있기에 나의 고뇌와 적나라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서 현대소설 보다 고전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문학적 현실도피라고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파일럿 피쉬에서 느꼈던 것들을 고뇌에 찬 현실세계였다.

조각을 맞추듯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전개에서도 나는 현재만을 말하고 싶어진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나를 만날 수 있지만 내가 살아야 하는건 현재다.

그래서 야마자키의 현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울해진다.

독신, 포르노 잡지의 편집자, 헤어진 연인에게서 19년만에 걸려온 전화..

이런 단적인 몇가지로 야마자키의 현실을 운운하는건 편파적이긴 하지만 몇가지 현실을 보더라도 우울한 건 사실이였다.

겉으로 비춰지는 야마자키는 왠지 모를 문란함이 묻어나는데 의외로 사려 깊고 따뜻한 남자다. 적어도 내가 보는 야마자키는 그런 중후함을 풍겼다.

평범한 삶이라고 혹은 그 반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를 고뇌에 찬 인물로 보이게한 저자의 능력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고뇌에 찬 소설속 인물들을 좋아함으로써 느껴지는 무게감을 즐기는 편이라 이 책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대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야마자키, 그리고 현재의 야마자키..

그 속에서 왜 난 나의 현재만 보는걸까..

야마자키의 과거가 유쾌하지 못해서일가..

아니면 과거의 들춤에서일까..

유키코의 등장으로 인한 그녀에 얽힌 이야기의 풀어헤침이 현재의 야마자키를 더욱 돋보이게하며 씁쓸함을 더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흐름과 회상, 현실직시는 가벼이 넘겼을 소설에서 괜찮은 발견을 했다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딱 두가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문란함, 유키코의 친구 이쓰코였다.

마치 우리의 삶에서도 끌리는대로 내키는 대로 성관계를 맺는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을 정도의 문란함은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그게 내가 그렇게 운운하던 현재의 모습의 단상이라고 해도 그런 솔직함은 여전히 내게는 껄끄러운 문제였다.

그 문란함의 가운데에 있다고 과언이 아닐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모한 이쓰코의 등장도 한몫한다.

야마자키와 유키코가 만나게 되는 계기와 헤어짐의 계기의 주역이 된 제 3의 영향적인 인물 이쓰코....

야마자키와 헤어지며 현재 남편의 여자친구가 이쓰코라 말하는 유키코의 발언에서 맥이 탁 풀려 버렸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끝이 없을 것 같은 이쓰코의 묵묵한 역할(?) 역시 소설을 끝내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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