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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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동생이 2주 정도의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 온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괜히 해외라 하면 현장 독서가 떠오르기에 읽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작정 '중국견문록'이 생각나 주문을 해 버렸다. 내일 책을 줘야하는데 겨우 겨우 하루 전에 도착한 책을 보고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일이 쌓여 있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오늘 다 읽기는 무리라는 나름 대로의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머리에 중국 잘 다녀오라는 글을 쓰고 책을 덮어 버렸는데 안 읽은 책이라는 호기심이 꾸물 꾸물 올라와 책을 조금 훑어 본다는 것이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고 한비야의 이야기 속으로 자꾸 빠져 들었던 것이다. 중국견문록이라고 하기에 익히 들어온 바람의 딸등 많은 애칭을 가진 한비야이기에 중국 전역을 휩쓸고 다니며 쓴 책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책이 아니기에 중국사람들의 그리고 중국의 소소한 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더 아늑했다고 느꼈지만 워낙 땅떵어리가 큰 중국이기에 중국견문록에 커다란 스케일을 기대했던게 사실이였고 책속에서의 활동반경이 적어(말 그대로 활동반경으로만 봤을때..) 견문록이라는 제목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에 토를 달지 않게 되었다. 스케일이나 활동 반경을 떠나 중국을 제대로 보고 왔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중국이라는 것과 한비야의 눈에 비치는 중국 그대로를 말이다.

 

41살의 나이에 중국어가 배우고 싶어서 떠났다는 한비야.......

한국어까지 4개국어를 하고 있음에도 그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겠다는 열정과 집념앞에 나는 초반부터 기가 팍 꺽이고 있었다.

제 2외국어를 못한다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 나는 머리가 굳어 버렸어'라며 스스로 진단한 후 시도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비야의 외국어 노하우를 조금 참고 하기는 했지만 과연 내가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란 막연함에 자신감은 점점 더 사그라 들었다.

그러한 그녀의 삶 자체는 열정으로 넘쳐났고, 언어를 배우든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뼛속의 기운을 다 써버릴 정도로 욕심도 많고, 삶을 제대로 살 줄아는 면모까지 나는 그런 그녀를 만날수록 점점 더 작아지면서도 그런 그녀가 그냥 그렇게 되었다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없이 드는 포기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억눌러서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을때 난 늘 포기만 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움츠리고만 있나 보다.

 

그런 열정을 품고 1년 여정으로 중국에 온 그녀의 생활은 내가 순식간에 읽어 버릴 정도로 재미 있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읽는 거라 그녀의 고충도 재미나게 읽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생생한 경험담은 진짜 중국을 보는 것 같았다. 중국이 서서히 기대주로 떠오르기 시작한반면 거품도 많아서 늘상 그렇듯 중국을 견제 하면서도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한비야의 책을 보면 사사로운 감정 같은건 담겨 있지 않았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경함한 바탕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그런 시각은 진짜 중국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 친구들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주변만 살펴보고 친해져도 중국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들뜨거나 젠체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 한비야를 보면서 나는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잠시 되돌아 보니 늘 일상에 만족하지 못했던 내가 보였다. 이런 일상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삶을 꿈꾸고 다른 곳에서의 만족을 바랬던 걸까...

늘 순간 순간을 소중히 하고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 한비야......

그러면서도 화끈한 성격과 시원 시원한 면모까지 갖춘 그녀는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중국 얘기만 펼쳐질 것 같았던 나의 짐작과는 달리 분명 중국의 일화가 많이 실려 있음에도 나는 중국에서의 한비야가 더 돋보였다. 그 넓고 넓은 중국에서 한비야는 너무 평범했지만 사람 한비야는 내 눈에 우뚝 솟은 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열정이 너무 넘쳐 늘 활력이 있는 그녀를 보고만 있어도 나도 힘이 솟는다. 그녀처럼 나도 세계를 누빌 것 같은 막연한 동경까지 생기면서 또렷한 여운을 남겨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에서 나는 또다른 도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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