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4 - 양장본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랑을 읽으면서 자꾸 태백산맥이 생각났다.

태백산맥보다 더 끈적거리고 진득한 그 느낌.. 그건 바로 한이였다.

한이 서린다는건 분명 이런 느낌일테다. 태백산맥은 민족간의 대립에서 오는 한이기에 깊은 슬픔을 갖고 있다면 아리랑은 일본의 식민지라는 데서 오는 서러움이 짙다. 그 서러움과 한의 대상이 개개인인것이 너무나 안쓰럽다.

나라를 잃어버렸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늘 나라와 나라가 아닌 나와 지배국간의 맞섬으로 시작된다.

야금 야금 먹혀가는 것이 호남평야가 아닌 국토가 아닌 백성들의 혼과 넋이 먹히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주눅이 들거나 숨죽이는게 아닌 목숨을 내 놓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노고를 잊어 버리고 싶지 않다. 그들의 저항이 자기의 것을 빼앗음에도 시작 됐다 해도 그들의 울분을 잊어 버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반면 나와 지배국의 맞대응에서 지배국, 혹은 그 나라의 개인에게 흡수되고 기꺼이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시류를 타고 한 몫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 또 저항에서 더 큰 뜻을 품고 국내에서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송수익과 같은 사람, 그리고 그를 따라 나서는 사람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사람....

그리고 4권에서 내내 비치지 않다 마지막 즈음에 나타난 하와이 농장으로 팔려간 이주 노동자들....

저자의 그 큰 스케일과 구성과 엮음 속에 머리가 아찔해진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둘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한번의 저항으로 목숨을 잃든지 아니면 숨죽여 살든지... 나의 생각은 극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겁이 난다. 자유를 갖었음에도 몹시 답답해 하는 나인데 그런 자유를 가지지 못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정신을 놓아 버릴 것 같다.

그래서 어찌 되었던 현실을 잘 꾸려낸 그들이 용감하다 생각된다.

그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100% 순순한 눈길이 아니였다고 하더라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 였겠지만 일본인들의 철두철미함 그리고 잔인함에 한없이 서글퍼진다. 왜 탐내는 것일까... 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과연 그걸 해탈한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건 지켜보는 것 뿐이였다.

그들이 어떻게 하든지 그리고 우리의 백성들이 어떻게 당하는지..

그렇게 1913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일본에게 해방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그 세월을 지켜봐야 하는 나로써는 괴롭고 우울해진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있다.

그 아픔을 아직 치유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지켜보는 것쯤이야....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어떤 것들이 내 안에서 튀어 나올지 모른다 해도 난 충분히 견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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