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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과 그 형제들 4 - 이집트에서의 요셉 (하)
토마스 만 지음, 장지연 옮김 / 살림 / 2001년 11월
평점 :
몇달째 아니, 몇년째 읽고 있는 책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집필기간에 나도 부응하기라도 하는 걸까.
6권짜리의 이 책을 나는 현재 횟수로 4년째 읽고 있다.
1년에 한권꼴.... 참으로 더딘 읽힘이 아닐 수 없다.
토마스 만은 준비기간까지 16년에 걸쳐서 완성을 했는데 나의 읽힘은 그 기간보다 짧길 바랄 뿐이다.
한권 한권 읽어 나가면서 토마스 만의 저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나의 더딘 읽힘, 그리고 책이 잘 읽혀지지 않을때의 멈춤은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몇달간 잡아오던 책을 1/3을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모두 읽어 버렸으니 나의 난감이 가끔은 이렇듯 당혹스럽다. 그러나 그런 당혹이 분명 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이기도 하다.
요셉과 그 형제들 4권은 노예로 팔려간 요셉이 포티파르의 집에서 여주인 무트-엠-에네트의 유혹을 이겨 내지만 그녀의 음모로 인해 또 다른 고난으로 빠진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무척 간단하다. 그러나 장황한 수다스러움(도스또예프스끼와 견줄 만 하다.)이 대단하다. 한 페이지라도 읽어 본다면 나의 발언이 과장되지 않음을 알 것이다. 어떤 독자는 ' 이 처럼 지루한 책은 처음이다' 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는데 읽을날이 까마득할때 나 또한 동의할만한 솔직한 답변이다.
그러나 4권째에 이르다 보니 우리의 요셉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의 언행의 특징이나 성격 그리고 책을 넘어 저자의 심중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극과 극을 동시에 담고 있는 책이라는걸 서서히 깨달아 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흥미로워 읽고 싶음에도 극적인 늪속에서 이번에는 얼마나 헤멜지 걱정도 되고 또 기나긴 여행이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 해서 다음권을 대하기가 여러모로 망설여진다.
이게 장편의 단점이다.
늘 익숙치 않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어느새 그 분위기에 적응하여 여행의 아쉬움이 다가오면 더욱더 더디어 지는 것.... 그래서 아껴 읽는다는 일념으로 언제고 질질끌다 혼자 허망해 하는 것!
그게 가장 큰 단점이 아닌가 싶다.
읽어 버렸다는 해방감이 더 클법도 한데 장편을 대하면 대할수록 이런 느낌은 더욱 더 짙어져 가니 단점으로 몰아가는 수 밖에 없다.
이제 남은 2권의 이야기는 요셉이 고난을 뚫고 이집트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뒤 가족들과의 재회를 다루고 있다. 부제목이 '먹여 살리는 자 요셉'이니 딱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길고 긴 여행을 마칠날이 언제인지 나도 장담할 수 없다.
4권을 읽어 버렸다는 홀가분함도 금새 사라져 버리고 벌써부터 아쉬움이 달려 드는데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서 남은 책은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히 읽으려고 노력하되 만끽을 더 늘릴 심산이다.
벌써부터 아쉬움이 들어 아주 청승맞기 그지 없다.
남은 여행이 부디 즐겁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