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Mr. Know 세계문학 3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러시아 문학이라면 무조건 산다.

또한 번역자가 석영중님이라면 그건 더 빨리.

절판 되었던 '우리들'이 mr.know 보급판으로 나왔을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열정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읽다니(이런 책이 너무 많다.) 소유의 독서가 되어 가는 것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렇게 쌓아 놓은 책 중에서 러시아 문학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도스또예프스끼로 관심을 갖게 된 러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은 혹여나 내가 러시아 문학을 읽어 버린다 해도 지속될 것 같은 느낌...

내게 러시아 문학은 그만큼 특별하다.

 

시대는 29세기.

개인적인 것들은 모두 배제된채 200년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로 이루어진 단일제국이다. 우리 모두는 <은혜로운 분>의 통치하에 번호로 등록되어 있다.

우주선 인쩨그랄의 조선 담당 기사 D-503의 불법적(?) 기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어가면 갈수록 무의식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투명한 건물에서 모든것이 감시 당하듯이 밥 먹는 시간, 성관계를 가지는 시간까지 시간 율법표에 의해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모든것은 적나라하다.

I-330을 만나기 전까지 D-503의 생활과 의식은 단일제국에 합법적인 것이였다.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던 생활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서서히 개인화 되어 간다.

의식이 깨어 가는 번호들, 혁명을 일으키려는 번호들, 고대국가 처럼 아이를 낳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번호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하나인 I-330을 사랑 하게 되고 자신에게 등록 되어 있떤 O-90은 D-503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불법적인 임신을 하게 된 O. I를 사랑하는 D.

결국 그런 시도는 실패로 끝나지만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던 그런 스토리와 진행으로 나아가는건 아니다.

줄거리가 무엇인가 한참을 고민해 본적이 있다면, 책에서 도움을 받고자 읽는 책을 기웃거린 적이 있다면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29세기라는 아득한 미래의 의식세계를 상상할 수 없듯이 그런 혼란을 감추지 않는 책이다.

D는 서서히 자신을 깨워 나가지만 그런 낯선 세계 그리고 경멸해 마지 않는 세계 였기에 혼란스럽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의 기록임에도 그의 생각을 간추리기가 어렵다.

I와 같은 뜻을 품었으나 그 뜻을 밀고 나가고 도와주려 하나 자신에겐 도무지 어색하다. 자신의 마음과 동일하게 움직여 주지 않는 행동과 의식 세계에서 방황하는 D가 안쓰러울 정도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그들에게 고대가 되고 내가 고대 시대를 배척하는 것처럼 D도 현재 나의 세계를 경멸하면서도 조금씩 인간적이 였던 고대를 인식해 가는 과정은 미래인이라는 아득함 속에서 나와 그들을 연결해주는 자그마한 빛이였다.

 

인간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욕구는 자아성찰이라도 하던데 미래에서는 그 자아성찰이 배제되어 있다는 건 역시 익숙치 않았다.

조지오웰의 '1984', 헉슬리의 '위대한 신세계'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우리들.

20세기 초반 소설이라지만 지금 읽어도 미래의 아찔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였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 또한 몽롱해지고 그들의 혼란을 따라가던 시간들은 뭐라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지만 늘 분명하기를 원하는 현대에서 만난 불분명함 이였기에 나름대로 괜찮은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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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7 0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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