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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임정진 글, 원유미 외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받는 순간 너무나 예쁜 포장과 탐나는 다이어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먼저 읽고 조카를 읽히게 한 후 다이어리는 내가 가질 심산이였다. (욕심많은 이모..)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가져야 겠다라는 욕심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바로 조카에게 다이어리를 주고 열심히 용도까지 설명해 주었다.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느끼고 계획을 세우고 좀 더 많은 가능성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 것인데 이 많은 소망에 비해 다이어리는 심히 소박했지만 책은 꼭 읽히게 하고 싶었다.
책 머리에 글까지 써서 통째로 주어 버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조카에세 무얼 바라는 마음도 없어지고 나도 알 수 없는 뿌듯함만이 남았다.
우선은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조카에게 책을 주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 동생들에게도 읽히게 했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조건에도 군말없이 냉큼 집어 갔다. 내 독후감 쓰기 편하자고 조카에게 독후감을 쓰게 한 것인데 역시 이 방법은 좋지 않았다. 차리라 물음으로 궁금한 건 없었느냐 무얼 느꼈느냐라고 물었다면 나았을 텐데 초등학교 4학년이라면 어느정도 학교 숙제에 길들여진 상태라 숙제 형식으로 독후감을 써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독후감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쉽게 비유적으로 단락 끝에 정리된 애니메이션을 중점으로 쓴게 아닌가.
당장 불러서 이모가 원하는 건 이런게 아니다 만화가 중점이 아니라 제니퍼와 아빠의 대화를 중심으로 형식 따지지 말고 편하게 쓰라고 했더니 바로 '간다하게 써도 되지?' 라는 질문과 함께 축소된 숙제 형식의 독후감이 날라왔다. ㅡ.ㅡ;;
형식없이 라는 말은 말은 초등학생에게 너무 무리한 부탁이였나 보다. 나와의 의사소통도 제대로 전달이 안되다니....
책속의 제니퍼와 아빠의 대화, 그리고 인내가 조금은 가볍다라는걸 조카의 반응을 통해 바로 느껴버렸고 현실과 책과의 일치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뒷따라는 것인지 예상이 팍팍 되는 계기였다.
간단하게 던지면 제니퍼의 반응들이 나올줄 알았는데 역시 되돌아 오는 건 기브 앤 테이크가 강하게 내제된 전달이였다.(벌써 나의 조카가 이런 생리를 알아 버렸단 말인가. 아니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조카는 나의 뜻을 정확히 전달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조카는 제니퍼의 행동을 보면서 반성을 하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제니퍼의 변화된 모습을 닮아가겠노라며.
책을 읽고 바로 변화가 되겠나만은 우선 다이어리 검사를 해보았다. 오늘의 할일 목표를 정해놓고 착실히 이행시켜 가고 있었다.(빈공간의 해괴한 그림들이 조금은 거슬렸지만...)
세상물을 많이 먹어버린 나의 시각으로 조카의 독후감을 봤을때 오히려 내가 조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바로 바라는 나의 조급증이 어쩜 그런 순수성을 막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카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천천히 질문할 것이고 가끔 다이어리를 살펴 볼 생각이다. 어쩜 조카가 나보다 더 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이 책을 읽을때 재미나게 읽었고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나도 어렸을때 이런 책을 만났다면 좀 더 계획적으로 미래를 꾸릴 수 있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 중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더 짙게 올라 왔기에 제니퍼처럼 조력자가 없더라도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정말 가슴 뻐근할 정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이 가득 찼었다.
그러나 조카에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쓸 수 있는 이틀 동안의 시간동안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책의 내용과 나의 다짐들은 지난밤 꿈처럼 아득했고 조카에게 대리 만족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조카를 통해 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나니 무척 부끄러웠다. 바로 나를 변질시켜 버리면서 조카에게는 이것은 잘못 되었다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니퍼의 아빠처럼 자상함과 인내심과 현명함이 부족한 이모였고 제니퍼 보다는 좀 더 속이 깊은 조카였기에 빠른 결과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책을 단숨에 읽었기에 제니퍼의 변화가 빠르게 느껴졌을지라도 쉬움은 아니였다.
깨달음, 인내, 노력이 있었을때 비로소 조금씩 조력자의 효과가 나타났다. 조급함, 무관심, 결과만을 바라고 행했기에 조카의 반응이 그랫을지도 모른다.
우선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통찰력을 갖고 실천의 꾸준함을 잃지 말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과 그리고 조카와 타인과 함께 말이다.
그러했을때 그 시작의 물꼬가 큰 바다로 향하는 물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렇게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