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ian Joy - 이탈리아 스타일 여행기
칼라 컬슨 지음 / 넥서스BOOKS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건 곤돌라, 피렌체,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 죽음 이 정도다.

얼마나 이탈리아에 대해서 무지한지 떠오르는 것들만 보더라도 대충 짐작이 갈것이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유명한 나라이기에 가보지 못한 질투심에 뭐 그냥 그러겠지 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책 겉표지를 펼치면 포스터가 되는 신기함이 독특해서 그 사진속의 사연들이 궁금했다.

그러나 삐딱한 질투심이 있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이탈리아에 쉽게 빠져들지 못했다.

13년동안 일을 하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탈리아에 건너온 저자의 경력은 그래도 내게 왠지 모를 비틀림을 주었다. 본국에서의 안락함을 버리고 오면 타국에서 힘들다는 걸 알지만 호주에서의 일한 시간들이 힘들고 외로웠을 지라도 그 결과로 인해 어느정도의 안락함을 이탈리에에서 누릴 수 있다는 열등의식이 꾸물 꾸물 피어 올랐다.

젊은 나이도 아니였고 큰 결정을 하고 온 것인데 타인의 절망을 절망으로, 희망으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현지인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람이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경험하고 찍고 쓴 글이니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우리의 정서와 안 맞았다는 표현 혹은 변명이 매끄럽지 못햇다가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열등의식, 뒤틀림, 색안경으로 보아버렸던 그녀와 이탈리는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 그녀가 애정을 갖고 대하는 이탈리아의 찻집이나 바 같은 곳들이 내겐 어색하고 낯설었다.

이탈리아에 대해서 무지하기에 유명한 곳곳을 살피며 찍은 사진들 그리고 역사 뭐 이런것을 기대했으나 점점 나의 예상을 깨고 있었다. 그녀는 이탈리아의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이탈리아로 흡수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애정이 느껴졌다.

그걸 발견하는 순간 내 마음의 독이 사라졌다.

그녀처럼 이탈리아를 느끼고 이탈리아에 대한 편견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갔다. 피렌체에서의 그녀의 생활, 그 속에서 하나 하나 느껴가고 사람들을 사귀고 사랑해 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시장을 구석 구석 누비고 파스쿠알레의 바에 찾아가서 차도 마시며 밥도 먹으며 수다를 늘어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들과 휴가도 가고 처음에는 그녀 위주의 삶에서 천천히 주변 사람들, 이탈리아 인들과 동화되어 가는 모습이 점진적으로 늘어진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이해하고 친구와 가족으로 받아 들이고 그들의 특징을 말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그녀의 변화가 이젠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그에 못지 않게 이탈리아의 독특한 면과 편견에 휩싸여 두리 뭉실 생각 되어지던 이탈리아가 정겹게 다가왔다.

 

휴가철이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문 닫고 떠나는 그들..

10년이든 20년이든 같은 휴가지를 가는 열정 또한 우리가 맛보지 못한 여유가 잇었다.

그런 여유 속에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시부터 3시까지는 무조건 점심을 먹고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과 요리에 대해서는 거품을 물고 얘기하는 거며시장에서 재료를 살때 요리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이며(그들은 정확하게 자세하게 요리법과 재료를 알려 준다.) 요리에 관한 것 그리고 먹는 것에 대한 여유와 사랑은 참 부러웠다.

늘 빨리 빨리 대충 대충 먹는 나의 모습과 우리에 식습관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서 푸짐하게 먹더라도 그런 여유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조금 여유 있게 먹다가 밥상 머리에 혼자 앉아서 눈총을 받은 적이 많은 나는 그들이 식습관이 이해가 안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부러웠다.

또 집집마다 빨래 건조대가 없다는 것과 가전제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도 독특햇다. 이건 이탈리아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가본적도 없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빨래를 널리라곤 생각할 수 조자 없었다. 그것도 집안에 빨래 건조대를 갖추지 않고 속옷이며 슬리퍼며 모든걸 빨래 줄에 다 보이게 널어 놓은게 무척 독특했다.

도심의 하늘이 빨래로 채워진게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이였다.

 

우리와 똑같은 생활을 하는데 왠지 그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도대체 뭘?) 편견속에 가둬둔 사실이 무척 어색했지만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의 유명한 곳곳이 아닌 가장 진실된 이탈리아 있는 그대로를 본 것 같다.

그녀도 이탈리아의 이런 모습도 좋지만 가장 좋았던건 사람들의 친절과 다정함, 열정이라고 했다. 그녀의 모습에 비친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두다 정이 넘쳤다.

가족을 그리워 하는 모습조차 외로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모여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부러워서라는 그녀.

왠지 서서히 이탈리아에 젖어 드는 느낌이였다.

 

책을 대충 훑어 볼때는 사진이 중점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사진 옆에 나온 그녀의 설명이 잘 보이지 않아 무척 짜증스러웠는데 그녀의 글로 인해 상상을 하고 사진은 참고가 되었다.

나중에는 사진속의 짧막한 제목을 놓치지 않으려 발악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보면 나도 어지간히 이탈리아에 매료 되었나 보다.

 

그녀의 글이 뛰어나거나 서정적이거나 특별해 매료되었던 건 아니였다. 앞에서 언급했다 싶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지 아님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은지 고민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느낀 그대로에 충실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이탈리아를 본 것 같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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