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게 아디안텀 블루인가요?'

'아디안텀 블루? 아닌데... 정확한 이름이예요?'

'네'

'잘 모르겠는데...'

 

우연히 들어간 화원에서 아디안텀 블루와 비슷한걸 발견해 물어보았더니 잘 모르겠단다.

내 기억 언저리로 그렇게 아디안텀 블루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분명 아디안텀 블루를 만났더라면 확실했을 기억들.

망각 속으로 가라 앉아 버린 아디안턴 블루를 나는 건져낼 수 있을까......

 

그녀가 사과를 한다.

펜션 주인인 미셸에게 실은 여행이 아니라 죽으로 왔다고 사과를 한다. 미셸은 편히 있으라며 안됐다며 도리어 요코와 야마자키를 위로한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익숙한 러브 스토리에 이 정도 가지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무덤덤 했는데 요코가 미셸에게 사과하는 장면에서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곧 죽게 된다면 그렇게 사과할 수 있을까...

세상에 대한 원망이 아닌 '나 여기서 죽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부한 대입을 떠나, 나는 그럴 수 없기에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요코가 했기에 나의 마음은 어느새 허물어져 버렸다.

 

파일럿 피쉬의 연작격인 아디안텀 블루를 만났을때 친숙함 그 하나만으로도 편안했다. 글의 형식도 비슷해서 야마자키가 사랑했던 요코의 죽음이 처음에 나왔을 때도 조급해 하거나 상상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나오겠지란 생각으로 읽어 나갔던 것인데 전혀 예상밖의 죽음이 원인이 책의 양상을 뒤집어 버렸다.

아파서 죽었다?

왠지 요시오의 소설 특징상 너무 서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작품을 한편 밖에 읽진 않았지만 죽음의 원인이 서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건 왜 였을을까....

죽음의 원인이 진부하다는 느낌 아니면 너무 빤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까.. 그러나 그런 드러남에도 소설은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면 눈물을 펑펑 쏟고 세상을 향해 발악을 하는 등 익숙치 않은 죽음임에도 익숙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마자키, 요코 그 주변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진부하기라도 하듯 아니면 이것이 일본적이다 라고 말하듯 절제가 있었다.

요시오가 만들어 내는 세계에서는 진부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분출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픈 과정, 야마자키의 절망, 요코의 슬픔등이 구구 절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늘 충실했다.

그렇기에 요코가 죽고 싶다던 니스로 행할 수 있었고 야마자키는 요코를 위해 기꺼이 동행했다.

그녀는 행복했을까.....

행복했을 거라고 단정짓지 못하는 나는 섣불리 무어라 말할 수가 없다. 죽음을 맞이 하는게 병원의 시트가 아닌 그리워 하던 니스의 하날과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지만 그녀는 행복했을까.....

 

추억은 사라지진 않지만 닳는다.

야마자키가 기억하는 요코, 사랑,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닳고 닳아 기억의 파편들만 남을지도모른다. 오히려 요코가 그렇게 찍어 댔던 웅덩이를 보았을때 요코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런 요코를 기억하는게 야마자키만이 아닌 유카, 다카키, 미셸, 프레드릭 등등 그녀의 죽음을 위로해준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요코의 행복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외롭지 않았을 거라는 건 단정할 수 있다.

야마자키는 요코의 죽음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야마자키가 할 수 있었던 건 없었다고 본다.

그녀가 죽고 싶다던 니스로 데려다준 것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대처하는 야마자키의 모습이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절제였든 아니였든 야마자키와 요코의 모습은 죽음을 앞두었다는 사실이 덤덤할 정도였다.

 

그런 모습을 얼마나 많이 지킬 수 있을까...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따스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을 하면 죽음 앞에서 오히려 욕심이 많아지고 원망이 짙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아름다워 진다.

사람이 아름다워 지고 행위가 아름다워 진다.

그런 아름다움을 요코와 야마자키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요코는 니스의 하늘에서 야마자키는 도큐 백화점 옥상에서 서로를 바라볼 것이다.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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