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 소비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정경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인가를 사가지고 올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다.

용돈이 부족한 10대 때는 정말 갖고 싶은 것을 목표를 세운 다음 몇달이고 돈을 모은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쥐었을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였다. 그 기분이 평생갈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노력한 결과가 있었기에 뿌듯함은 지금보다 오래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만족감이 오래 가지 않는다.

오랜 계획을 세워 무언가를 사본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현재 나의 소비는 쉽게 끓어 올랐다가 쉽게 사그라드는 번복이 대부분이다.

'다른 걸 안사면 되지','이건 필요한 거니까' 라는 위로를 던져 보아도 기쁨 보다는 우울함이 금방 파고든다. 무리를 했다는 생각에 그리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이였던가에 대한 질문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부터 책에 빠져 들면서 모든걸 제쳐두고 읽고 싶은 책을 몽땅 샀다. 할인하면 사고 쿠폰이 있음 사고 적립금이 많으면 사고 '책은 많이 사도 괜찮아'란 위로를 던지며 산 책이 엄청 쌓여 버렸다. 언젠가는 읽겠지만 김영하님의 말대로 책을 읽을 시간까지 지불했다는 느낌이 지울 수 없어 나의 미래의 시간들을 너무 맣이 저당 잡힌 것 같아 조금은 불안해 지기도 한다.

'요즘은 시간을 산다'는 본문의 내용과 다르게 나는 반대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로빈슨 크루소가 사치를 했던가?

자세히 일어본 기억은 없지만 홀로 섬에 갇혀 사치했다라기 보단 오히려 소비의 고립을 만났을 것 같은데.. 사치라...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소비의 사회, 현대 사회와 팝아트, 현대성의 풍경 총 세 단락으로 나뉘어진 소비의 행태 속에서 첫 단락 '소비의 사회'를 읽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쇼핑을 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 그리고 나의 소비 안에 감추어진 많은 비밀들, 소비에서 읽을 수 있는 현대상등등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나의 수준에 맞추어서 소비를 한다는 어느 정도의 가치 척도를 알고 있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나는 정해진 상업적 틀 속에서 움직였던 것이였다.

그런 것들을 교묘히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 인간들이 만든 사회였고 그 안에 필요한 구조였던 것이다. 소비라는 단순한 행위가 이렇게 큰 세계를 구축하는지 그리고 각각의 효용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정말 알지 못했다.

문학을 가장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나이니 이런류의 책과의 교류도 부족하고 읽어도 100% 이해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받아들이니 커다란 부담은 없었다.

 

'현대 사회와 팝아트' , '현대성의 풍경'을 통해 '소비의 사회'와 조금은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늘상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 또다른 소비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양함과 광범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단락이 구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의 사회'와 동떨어진 느낌에 이것이 소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란 제목에만 매여있는 나를 보면서 아직 내가 만들어 놓은 생각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들었다.

좀 더 넓고 틔인 식견을 가지지 못한 내가 2.3단락의 글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함은 나의 내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 연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언어의 다양함과 자극성이었다.

내가 문외한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끝까지 편하게 읽히기에는 내가 모르는 언어의 유희는 넘쳤다.

단 한문장도 이해할 수 없는 책을 만나 보았지만 처음의 매끄러움과 편안함을 유지하지 못해 그 부분이 아쉬웠다.

이쪽 분야의 문외한인 내가 이 정도 읽은 것도 다행이지만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어 드는 생각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소비 속에는 즐거움이 깃들어 있기에 우리를 자극할 만한 예시들이 많았다. 최신의 정보와 통계가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 것은 사실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좇는다는 느낌과 수시로 업데이트가 필요 하다는 걱정도 들었지만 소비라는 다양함의 세계를 맛본 것도 사실이였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도 많았지만 역시 책을 통한 간접경험과 지식의 전달이 시간을 저당잡혔다고 우울해 할 일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늘 즐거움을 갖고 책을 읽었는데 책의 양에 기가 눌려 있었던 것이다. 그 눌림을 줄이기 위해 쌓여 있는 책의 양을 줄여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로빈슨 크루소가 누렸던 사치와 책에 대한 나의 사치가 실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사치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나 혼자만의 독식이 아닌 즐거움과 나눔의 전환은 개개인의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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