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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
알랭 비르콩들레 지음, 호세 마르티네스 프룩투오조 자료협조, 이희정 옮김 / 이미지박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생텍쥐페리하면 '어린왕자'를 떼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읽었음에도 사람들이 어린왕자에 열광하는 이유를 깊이 새겨 보지 않았고 그런 작가로만 인식하고 있던 생텍쥐페리의 사랑이라. 너무 유명해서인지 무조건 궁금했다.
내가 아는건 어린왕자 밖에 없기에 어린왕자의 그림자가 짙을거라 생각했다. 어린왕자 얘기가 빠질수가 없지만 이 책의 주류는 제목처럼 사랑이였다.
콘수엘로라는 부인이 있었음에도 철저히 외면당한채 그들의 사랑은 묻혀져 있어 그 사랑을 알리고자 쓴 책이였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때마다 편집이 상당히 불편했다.
콘수엘로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대부분이여서인지 편지,사진,발췌글등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글을 읽어나갈때 문장의 끊김을 파고들며 그런 자료들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료들의 풍부한 공개는 좋았으나 그런 편집에 대해서는 조금 못마땅했다. 그런대다 어린왕자라는 거대한 작품의 작가로만 알고 잇던 생텍쥐페리의 내면을 조금씩 알아갈때마다 한 인간으로써의 생텍쥐페리를 만나긴 했으나 환상속에 존재하던 환상이 깨어감이 당황스러웠다.
끊임없이 방황하고 콘수엘로를 사랑한다면서 대놓고 외도를 하고 그러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생텍쥐페리가 낯설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 생텍쥐페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 콘수엘로는 생텍쥐페리에게 온 마음을 다했음에도 무언가 벽이 가로 막고 있었다.
그녀를 온전히 동정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무엇.
그야말로 부부의 삶은 '무엇' 투성이였다.
떨어져 있을 때는 그리워 하며 애틋하지만 곁에 있으면 견디지 못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다양한 사랑의 양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사랑.
그러나 범접할 수 없는 그들 사이의 연결됨은 제 3자로써 유추만 할 수 있을 뿐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들의 삶이 편집되고 있다는 느낌과 하나가 되지 못하는 나뉨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이런 사랑이 과연 전설적인가 하고.
새로운 자료와 사랑이라는 매개체로 어린왕자의 덕을 보려함이 아닌가 하는 얄팍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그들은 분열되고 있었고 쉽게 끊어질 수 없는 질긴 사랑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불꽃같은 사랑을 했기에.
그리고 생텍쥐페리가 너무나도 유명 했기에 라는 전제하에도 나의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이 너무 솔직했을까? 아님 내가 너무 메말라 버린 것인가!
다행이 그런 의문을 잠식시켜 주었던건 그들의 편지였다.
끊임없이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 그리고 시적인 표현들로 그득한 언어.
생텍쥐페리가 실종되고 사망으로 공식화된 후에도 계속 써내려간 콘수엘로의 편지는 비틀어진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끊임없는 세상의 비판속에서 한 남자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한 콘수엘로를 보고 있자니 그녀의 아픔이 전해져왔다.
예술적 감각과 아름다움 그리고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온전히 생텍쥐페리만 사랑하며 살아가는 콘수엘로의 모습은 사랑의 위대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상의 시선과 비난이 괴로웠지만 자기 자신의 사랑을 지켜나가고 그녀의 마음의 소리에 늘 귀기울이는 콘수엘로는 그래서 전설이 되지 않았나 싶다.
생텍쥐페리는 그가 갈망하는 삶과 문학속의 어린 왕자처럼 전설이 되었고 콘수엘로는 그러한 남자를 바라보며 전설이 되었다.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의 사랑이야말로 사랑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불꽃같은 삶이라 하겠다.
그들은 알았다.
늘 무언가를 채우지 못해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그 무언가는 서로라는 것을.
그 길이 쉽지 않아 기나긴 방황을 했지만 이제는 온전히 서로에게 정착해 평안함을 느끼고 있을 거라 믿고 싶다.
세상 사람들에게겐 전설을 남겨둔채.
그렇게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를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