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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 춤추는 별을 그린 화가 ㅣ 내 손안의 미술관 5
토마스 다비트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고흐의 책이라면 무조건 갖고 싶고 무조건 읽고 싶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 시야를 틔워주고 관심을 갖게 해주었던 고흐의 그림들은 그래서 무척 소중하다.
그의 수많은 그림들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단정하고 있던 고흐에서 업그레이드 된 고흐 그리고 이제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듯한 고흐로 바뀌어 버렸다.
고흐의 그림들과 그런 고흐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이 책은 뭔가가 다르다. 기존의 고흐를 알리고자 하는 책들과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 다른 느낌은 썩 좋은 느낌만은 아니다. 무언가 고흐를 오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고흐를 깍아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내가 오히려 고흐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보다 고흐 그림을 많이 보았을 것이고 많은 삶으 흔적을 좇았을 것이다. 고흐를 좋아하긴 하나 고흐의 모 든것을 알수 없듯이(당연한 말이다) 저자도 그런 고흐를 다 알아서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확연하게 드는 느낌은 시선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흐의 그림과 테오 그리고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들여놓은 화가의 삶에 중점을 맞추어 고흐를 알려 왔다면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고흐의 바깥 부분을 중점으로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는 곳에서 홀로 떨어져 다른 각도에서 그 모든걸 지켜본 듯한 느낌.
이 책의 고흐는 그래서 낯설었다.
어쩜 너무나 솔직해서 내가 안착시킨 내 안의 고흐를 인정하기 싫어서인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품는다 할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이 책에서의 고흐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화가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의 삶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뺀다면 별볼일 없는 평범함이 잔뜩 묻어나지만 그는 그림 그리는 일에 빠졌기에 별볼일 없는 삶을 이끌어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마음을 그의 행위와 테오와의 편지로 추측할 순 있어도 속속들이 알 수 없듯이 그의 그림을 보며 그를 상상하고 그의 세계를 꿈꾸는게 전부일 수 밖에 없다.
저자도 나름대로 고흐의 삶과 고흐의 그림들을 꿈꾸며 정리했다.
그러나 그러한 정리가 팩션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시대의 고흐의 뒤를 좇는 듯한 느낌, 하지만 고흐는 잠시 밀쳐둔채 주변의 풍광과 분위기에 너무 쏠려 고흐가 오히려 허구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였다.
이 책의 시리즈격인 '렘브란트'에서도 밝혔듯이 온전히 렘브란트에 조명을 맞춘 것이 아닌 그 시대의 배경등 두루 두루 살핀 것 같다는 느낌을 밝힌 바 있다.
이 책에서의 고흐는 좀더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외톨이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 방황하는(실제로도 그러했지만..) 고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나는 이렇게 비약이 심한 것일까.
왜 고흐를 옹호하려고만 하는 것일까.
안타까움 때문이다.
고흐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구축한 고흐는 이런 소소함이 아니다. 주변의 풍광에 동화되어 가는 자연스러움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소극적은 아니다.
고흐에 빠진 네가 어떻게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나의 시선은 고흐를 다 감싸안을 수 있는 고흐에 환장한 사람이라고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림에 환장한 고흐를 알리지 못해 그 사실이 더 안타깝다.
그림에 환장한 고흐를 알아가다 보면 그의 광기, 열정, 상처, 죽음까지도 만날 수 있는데 그의 주변만 돌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속상하다. 내가 알지 못하던 고흐를 만났다는 생소한 호기심이 아닌 씁쓸한 마음이 올라오는건 무엇일까.
어쩜 내 안의 고흐를 깨트리지 못함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일 수 있다. 어정쩡한 앎에서 오는 오만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애정이 결여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한발자국 더 다가가서 고흐를 지켜봐 주었으면.
그를 이해하려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고흐를 바라봐 주었으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