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바람을 불러 바람 불게 하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15
최석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시집을 사게 된건 순전히 호기심에서였다.

마음이 황량한 날에 잔잔히 불어 주는 바람을 좋아한터라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발행일이 나의 주민등록상의 생일과 똑같았다. 1981.9.25(이 책은 초판 6쇄본이지만)

25년전의 시는 과연 어떠할까.

오래된 책은(왜 내용도 케케하다 생각하는 것일까) 좋아하진 않지만 그러한 이유로 마주하게 된 시집은 세월을 담고 있었다.

타자기 글씨체인듯한 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세월이 느껴졌다.

제일 처음엔 그 사실이 별로 달갑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글씨가 정겨워졌다.

 

그 시대를 담고 있는 것이 시이고 그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시라면 25년전의 시대는 내게 까마득하기에 시원스레 읽어나갈 수는 없었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가 있어 해독불가의  어휘를 마주할때마다 그러한 경계심은 더해갔다.

거기다가 심심찮게 나오는 한자들까지.

겨우 이행의 시 '바다'를 읽고 감탄할 정도였다.

 

<검고 긴 머릿단 푸는 바다 / 검고 긴 머릿단 빗는 바람>

 

이 시를 읽고 캬아~ 하며 맞다! 맞다! 며 소리칠 뿐이였다.

 

시 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가운데 예전에 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시의 소재는 일상속에 널리고 널렸다고.

그 일상 가운데 시의 소재로 생각하고 편하게 써보라고.

최석하님의 시에는 그런 일상의 소재들이 그득하다.

이런게 시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일상을 기록한 시들이 있었다. 시인의 눈에는 모든게 시의 소재로 보여야 함이 당연하기에 이해한다 치더라도 25년전의 일상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시는 내가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무리지 않나 싶다.

 

편안하게 읽었지만 그 편안함이 그래서 민안할 정도였다.

시는 문학의 기초라 했으나 시집을 읽을때마다 드는 '나는 기초가 없구나' 이런 생각을 언제 물리칠 수 있을까.

우선은 시를 많이 읽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시를 읽는 이유가 문학의 기초 성립이 되겠냐만은 시인들의 언어, 일상을 뒤집어 놓는 그들의 시각, 평범하면서도 특별함이 묻어나는 그들의 세계를 조금은 가까이하고 싶은 이유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