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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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하면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요즘은 애완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어 나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조금은 현실과 들어 맞지 않은 면도 있지만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이라니.

흥미가 일면서도 고양이의 시선을 얕보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읽는내내 고양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에 의해 드러나는 우리, 그리고 구샤미,간게쓰,메이테이등은 낱낱했다.

오히려 무언가를 숨기며 허세를 부리는 인간보다 거리낌 없는 고양이가 더 진솔해 보였다. 그러한 고양이가 어디든 넘나들며 시간,장소 구애받지 않고 물어다주는 이야기들은 고양이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고 고양이의 눈을 빌어 그대로 전해지는 것도 있었다. 고양이가 어디든 구애받지 않고 넘나드는 특징처럼 화자의 변동은 등장인물을 통한 다양함보다는 몇몇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이면의 모습들을 고양이가 보는 인간사의 많은 부분이라고 해도 적합했다.

 

가령 주인이자 중학교 선생인 구샤미만 살펴보더라도 날로 날로 발견되는 우유부단함과 고집불통, 상황에 굴하지 않는 자기주장을 펼치는 모습에서 앞으로 어떠한 모습이 발견될지 기대까지 하게 되는 인물이다.

거기다 간게쓰와 메이테이는 그런 구샤미를 돋보이게 한다기 보다 구샤미와 한껏 어우러지는 묘한 조화를 낳는다. 구샤미도 독특하지만 그들 또한 만만치 않아 평범한 인물들이 오히려 싱거워지는 상황이 연출될 정도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물의 특징이라기 보다 인간대 인간으로 봤을때 그런 시선은 나무랄때가 없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양이가 내 뱉는 비판에도 내 자신이 초라해질 정도로 민망했고 고양이의 시선에 무조건적인 동의도 구샤미등이 펼치는 상황도 마음껏 즐길수가 없었다.

만끽하다가도 씁쓰레한 웃음이 번지는 그러한 상황.

 

간게쓰 혼담 문제만 보더라도 허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양이도, 감정에 치우칠 것 같지 않던 고양이도 허탈감에 빠져 먹다 남은 맥주를 마시고 비틀거리다 물독에 빠진다.

그러한 고양이의 죽음 이면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없음을 직감하면서도 실은 지금껏 봐왔던 인간사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는 걸 알수 있다.

 

늘 그런 모습으로 기세등등하게 지낼 것이라 생각하며 한심하게 바라보던 인간들을 좇으며 어느새 그들에게 뿜어져 나오는 기에 꺽여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죽을땐 죽는다며 유유자적 죽음을 맞이해버렸는지도.

구샤미, 간게쓰, 메이테이는 그런 고양이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오히려 그런 고양이의 눈에 낱낱이 들어났는데.

태평스레 하루 하루를 지낼 그들이 떠오른다.

그들만의 고립을 즐기며 그것이 옳은듯 고집을 꺽지 않을 것이고 얼토당토 않은 부조화를 뒤집어 쓴채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그들에게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군락을 이루며 살아갈 것이다.

 

원래는 1장으로 끝내려던 것을 10장으로 연재하면서 지금의 장편이 되었다고 한다. 구샤미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하며 고양이의 시선에서 엮어가는 소설은 신랄한 비판과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굳이 내가 틀에 박힌 비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작품에서 기대되는 것들을 들어왔을 터이다.

20세기 초 일본의 독특한 사고들이 낯설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을 고양이의 눈을 빌어서 그려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걸작이라 할만하다.

한마리의 평범한 고양이의 눈으로 파헤쳐지는 인간의 속내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의 눈에 비춰지든 인간의 눈에 비춰지든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을 기대하는건 무리일까.

그래서 이런 능글맞은 고양이를 보며 내가 움츠러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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