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려나 서점 (여름 스페셜 에디션)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과 저자에 대한 입소문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한권으로 저자에게 완전 반하고 말았다. 어쩜 이렇게 상상할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행복해질만한 책이다. 이런 세상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함께 살아가고픈 세상을 저자는 맘껏 그려놓았다.

 

특수 잉크로 쓴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 이라던가, 특수한 캡슐 안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세계 일주를 하는 ‘세계 일주 독서 여행’과 ‘무덤 속 책장’, ‘수중 도서관’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특수 잉크로 쓴 책은 달이 떠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햇볕이나 전등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고, 초승달이 뜬 밤에는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한정적이다. 보름달이 떴을 때 온전히 읽을 수 있다. 특수한 캡슐에 들어가 온갖 풍경을 구경하며 높은 나무 아래, 바다 속, 계속, 산꼭대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제대로 현장 독서를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여행이 끝난 후 여행이 어떠셨냐고 묻는 직원의 질문에 ‘아! 책 읽느라 바깥 구경은 전혀 못했네요!’라는 답변에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세계 일주 보다 ‘독서’에 더 집중한 애독자의 모습에 공감이 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덤 속 책장’에서는 1년에 한 번 그 사람의 무덤에 찾아가야만 무덤의 문이 열린다. 책장으로 된 내부는 ‘그 사람이 자주 읽은 책, 영향을 받은 책,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 언젠간 꼭 읽기를 바랐던 책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무덤을 방문한 사람은 한 권의 책을 꺼내가고 대신 ‘천국에서 그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그 해의 추천도서’를 한 권 꽂아 놓는다. 그야말로 책으로 하는 애도인데, 마음이 찡하면서도 그 사람의 흔적을 다른 방식으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새로웠다. ‘수중 도서관’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어느 부자가 ‘움푹 팬 땅에 어마어마하게 높은 도서관’을 만들어 온갖 책을 채우고 사다리를 치워버린다. 하지만 그가 죽은 뒤에 그곳에 물이 차올라 수위가 높아지자 배를 타야만 그 도서관을 갈 수 있다. 물에 잠긴 책들은 이제 일을 수 없고, 눈높이에 맞는 책은 읽을 수 있고, 더 높이 있는 책들은 아직 읽을 수 없다. 그래서 그 도서관의 가장 큰 궁금증은 ‘맨 위 책장에 무슨 책을 두었을까?’다. 아틀란티스처럼 어딘가 존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도서관이었다.

 

내가 결혼을 해서인지 ‘서점 결혼식’이 가장 부러웠다. 정말 이런 결혼식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안타까워 내 무릎을 칠 정도였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점에서 올리는 결혼식’은 그 자체로 특별했다. 신랑 신부는 서점 카트를 타고 등장하고, 축의금은 도서상품권, 두 사람의 독서 이력을 소개하고 하객들은 좋아하는 책을 즐긴다. 서점의 점장이 선언을 해주고 케이크 절단 대신 책갈피를 끼운다. 부케 대신 책을 던지고 퇴장할 때는 책으로 묶여 마무리를 한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났다면 정말 이런 결혼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4천 권이 넘는 내 책장에서 <십자군 이야기> 달랑 한 권 읽는 남편을 보며 그저 아쉬울 뿐이다.

 

몇 가지만 소개를 했는데도 소개하는 내내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상상력도 놀랍지만 정말 이런 서점, 이런 세상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삶이 달라질 것 같다. 책으로 충분히 간접경험을 해서 괜찮다고 여겼지만 실제로 이런 세상이 펼쳐진다면 너무 즐거울 것 같다. 지금껏 조금은 외롭게 책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보상받은 기분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기쁘기 그지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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