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그리스도인 - 교만과 위선으로 똘똘 뭉친 나를 고발합니다
문성 지음 / 두란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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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모습이다. 기꺼이 자기 삶을 주었던 선교사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구원을 받고 복음을 아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를 통해 오늘 이 성경이 내 손에 올 수 있었음을 기억하라고 성경책에 붉은색을 칠했다고 들었다. 215쪽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식인도 하고, 문란하고, 언어도 없고, 감정대로 살아가는 파푸아뉴기니 미히 부족 사람들을 보며 은연중에 내가 더 우월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악령을 쫓겠다고 얼굴에 잔뜩 분장을 하는 모습을 보며 세수라도 했으면, 말끔하게 외모를 정리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선교사들의 눈에 비쳤던 조선인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자 이게 얼마나 큰 교만인지, 속사람을 본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히 무시하고 나의 잣대로 그들을 판단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한글로 번역된 성경책을 당연하듯 여기고,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지 않고 나 또한 ‘관념’속에 가두고 있었음이 어렵지 않게 드러났다.

주님은 물질이 너무 부족하여 넘어지지 않게 하셨고 너무 많아 교만하게도 하지 않으셨다. 우리의 필요를 미리 아시고 일용할 양식으로 채우셨다. 오직 영광과 존귀를 받기 원하시는 주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며, 원동력이며, 감격이시다.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을 때에도 인내하며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에 이르게 하셨다. 167쪽

그냥 먹먹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물질과 내가 말하는 물질은 비교대상이 될 수가 없지만 나 역시 저런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분명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감사함에 어쩔 줄을 모르다 시간이 지나면 이내 감사함이 시들해지고, 나의 안위만을 위해 물질을 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자 부끄러웠다. 기도에 응답이 오지 않을 때도 스스로 합리화를 시켰고, 인내하지 못하고, 판에 박힌 기도들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기도가 없음이 역시나 부끄러웠다. 하나님은 나의 필요를 알고 계시기에 ‘나의 생각과 마음을 언제나 감찰하고 계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일’법도 한데 왜 항상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일까?

하나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니 신앙생활을 해도 성화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나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행한 모든 신앙의 행동이 어찌 믿음의 일이겠는가? 172쪽

하나님을 전혀 모르던 미히 부족 사람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신앙을 반성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처럼 결코 변할 것 같지 않았던 미히 부족 사람들의 변화는 내가 하나님을 처음 만나던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면서 하나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십계명을 듣고 부끄러하고, 욕심을 부렸다는 이유로 부끄럽다며 마을을 떠나고, 관습처럼 내려져오는 일들에서 서서히 도덕심을 찾는 모습을 보며 그들처럼 뜨겁게, 그리고 완전히 하나님을 받아들인 적이 있었나 싶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7:15-25에서 마음은 선을 행하려 하나 내 안에 선한 것이 없음과 도리어 악을 즐기는 악이 있음을 괴로워하며 자신을 곤고한 자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 말씀이 우리 삶에 응답된 고백이 되게 하심을 감사한다. 268쪽

내 안에 수많은 악이 있음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정욕과 싸우면서도 수없이 넘어지고 오히려 악을 즐길 때도 있음을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죄보다 더 어리석은 건 회개가 없는 것이다. 내 자신을 내려놓지 않을 때, 하나님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그 안에서 복음은 미미할 뿐이다. 회개할 때가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는 때라고 했으니 내가 무언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릴 수 없다면 회개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응답이며 하나님께 가는 첫 걸음이라 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주님을 위해 무엇을 포기한 것 같으나 포기할 수 없는 자, 무엇을 내려놓은 것 같으나 내려놓을 수 없는 자, 무엇을 희생하는 것 같으나 희생할 수 없는 교만한 자임을 주님은 깨닫게 하셨다. 158쪽

아무리 강력한 이끌림이 있었다고 해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도 마흔이 다 되어서 하던 사업을 접고 가족을 데리고 언어도 없는 원시 부족의 틈으로 사역을 나간다는 게 쉬울까? 그곳에서 하나님이 네 번이나 목숨을 살려주셨음에도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저자는 그럼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교만한 자라고 말한다. 25년 동안 사역을 하면서 오히려 ‘말씀을 전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나 자신의 깊은 회개’를 했다고 말씀 앞에 이 책은 단순히 간증을 담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나님이 어떻게 살아 계신지, 어떻게 살아서 역사하고 계신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어떻게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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