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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 또다시 찾아온 더 엉뚱한 손님들 ㅣ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를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오래전에 출간 예정작을 알람신청 해놓았다. 긴 기다림 끝에 손에 쥔 책은 역시나 흥미진진했다. 서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책은 계속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저자는 서점 세계에서 절대 지루할 일이 없다고 했다) 벌써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 책장 꼭대기에 꽂혀 있는 저 책들은 키 큰 사람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서점이라는 이상하고 별나고 경이로운 우주를 속속들이 보여주고 싶’었고, ‘괴상망측한 요구들, 엉뚱하고 황당한 답변들, 무례하고 속 터지게 하는 언사들도 있으나 그 무엇보다 아이들이 툭툭 던지는 예측불가의,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정말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더 친절하게, 눈높이에서 대답해주는 서점 직원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손님 그렇다면 말이죠… 만약에 있죠. 제가 만약에, 예를 들면『안네 프랑크의 일기』저자 사인본을 판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직원 있다면 제가 100억 드리죠.
손님 정말요? 잘됐다!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에서『안네 프랑크의 일기』속편이 있냐는 질문을 한 손님이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사인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직원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아니라 손님을 재치(?)있게 응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서와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불특정다수를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런 여유와 재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내심 부러웠다.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취급을 하며, 너무 경계하며 살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잔뜩 긴장을 하며 살다, 심히 황당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상하게 긴장감을 풀었다.
손님 히틀러가 쓴 그 희곡 있습니까?
직원 ….
이렇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는 손님이 나타나기도 한다. 솔직히 이런 손님들이 더 많이 등장하는데 나름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려는 모습에서 짠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서점이란 공간은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을 철저히 깨주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희망을 가져본다. 황당한 사람은 있을 지라도 적어도 나쁜 사람은 없을 거라는 긍정적인 희망 말이다. 여전히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