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열린책들에서 잠깐 나왔던 도시가 만든 작가 시리즈가 생각이 났다.

프란츠 카프카와 카사노바에 대한 책이였는데 도시 속에서 문학을 만들어 가는 그들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았던 도시는 아름다웠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학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에서만 나온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은 깨지고 있었다.

카프카의 문학이 그러하듯이 문학 속의 서울을 보며 문학은 다양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알아가고자 했던 문학은 국내 문학이 아니였다.

국내 문학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기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오산으로 인해 세계문학을 접하다보니 국내문학이 되려 찬밥이 되고 말았다. 국내 문학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현대 문학의 우울함 때문에 고전만 탐하고 있던 내게 문학 속의 서울은 내가 느끼고자 했던 다양성을 국내로 돌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문학 속에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을 만난다는 것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같이 잡히지 않았다. 유명한 소설들을 추렴해 그 안에서 서울의 모습을 짜맞출 거라는 상상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우선 우리 문학의 방대함과 꾸준함, 시대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을 만날 때 마다 나의 허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국내의 것은 열등하다는 생각이 문학속에도 내재되어 있어 그 동안 등한시 해왔던 것이다.

고전에 관심이 가면서 우리의 고전의 위대함을 느끼면서도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린 현대소설들은 식상하기만 했다. 이 시대를 즐기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아둔함일 수도 있으나 문학 속의 서울에서 정리해 본 현대 문학은 나의 아둔함을 질책하고 있어다.

단지 내가 우울하다는 이유 만으로 현대 문학을 피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이긴 하지만 문학 속에서 서울의 모습이 이렇게 많이 드러나 있는 줄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그려진 다양함이 수 많은 문학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문학을 통해 간접경험과 그 시대에 내가 들어가 있다라는 착각이 드는 사례도 많았지만 약 40여년의 서울의 모습을 훑어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감흥을 주었다.

서울의 변화된 모습은 기본이고 역사, 시민의식, 경제 등 수 많은 인간군상을 통해 서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었다. 워낙 문학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 읽었다 할지라도 그냥 지나쳐을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을 통한 혹은 문학을 통한 그 시절의 모습은 내 가까이에 와 있는 듯 했다.

빈빈촌에도 들어 갔다가 거품 경제 속도 맛보았고 인권의 몰락과 지배 속에서는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을 문학을 빌어 말하고 있었다.

그 드러남으로 위험해 지더라도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나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기도 했다. 허구가 뒤섞인 소설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현실은 존재하기에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삶의 현장을, 우리네 모습을 피하지 말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에서 보는 것은 단순한 겉모습의 서울이 아닌 서울의 뒷골목, 서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적나라함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문학의 힘을 빌었기에 조금은 은유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았다.

 

2000년대의 문학이 별로 실려 있지 않아 그나마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지만 문학을 통한 도시의 내부는 실로 방대했다. 나 또한 그 방대한 도시에 잠깐 머물면서 도시의 유인원이 아닌 곁도는 존재의 경험을 해봤지만 그 안으로의 흡수를 바라지는 않았다.

모두들 흡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허상이 존재하더라도 그들의 존재만으로 도시는 형성이 되는 것이다.

그 인간군상 속에서 비단 문학만이 서울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리라.

개인 하나하나가 도시의 필요한 요인이 되는 것은 인간미가 떨어지는 바램일까.

그들에게 부속품도 되지 못하는 상실감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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