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문라이트
이재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나도 잘 알고 있다. 연애 소설을 대하는 당신의 냉소적인 태도를.>

프롤로그에서 이 소설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이 과감히 드러내는 문장을 보며 나 또한 그러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앞으로 펼쳐질 사랑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였다.

그런 나의 마음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책장은 질주하듯 넘어갔고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 버린 후 나는 멍하게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읽어내려간 이들의 사랑은 내 마음의 무미건조함을 나타내는 것 밖에 더 이상의 감정이입은 없었다.

사랑에 내 모든 것을 던져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은 제쳐두고라도 왜 이 사랑은 내게 낯설게 다가왔을까.

 

루너틱하게 변해버린 준혁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분명 강한 자극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 나의 감정때문이리라.

내가 겪어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핑계를 대는 것보다 이젠 그러한 감정을 잊어 버렸는지도 모를 내가 두려웠다. 결국, 내가 하는 사랑은 쉽게 질려 버릴 꺼라고 포기가 빠르지 않겠냐고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렸지만 준혁,진영,소원,관의 사랑 앞에 내 자신이 작아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들이 사랑을 위해 처음부터 존재하려 한 건 아니지만 관의 말처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더라도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그랬기에 아프다고 포기해 버리는 절망의 드러남이 적었다.

분명 오랜 세월동안 고통의 시간을 지내왔을 터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그들은 사랑만을 갈망한다.

 

엇갈려 버리고 방향이 다른 사랑 때문에 운명의 장난처럼 마음은 분산되어 가지만 그들이 사랑을 하는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그냥 너이기에 좋다는 말을 넘어 '너 아니면 안되겠어'가 되어 버려 오랜 세월 고통 받지만 준혁에겐 그 고통의 시간보다 진영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진영이 그토록 좋아하던 달을 보며 매일 밤 기도한다.

자신을 진영이 곁으로 데려가 달라고. 그리고 달이 진영이인냥 바라보며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소원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좋아했다는 것을 모른채. 그러한 준혁의 마음을 알아 준 것일까. 진영을 처음 본 자신의 옥탑방 옆집 옥상에서 진영과 분위기가 비슷한 민희를 만난다.

그리곤 준혁의 눈이 아닌 다른 이의 눈으로 바라 본 민희의 존재여부는 밝히지 못하고 준혁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자신은 진영이를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흔적이 없다. 달에게 매일 밤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졌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듯이. 그 뒤에 남겨진 소원은 준혁의 흔적을 찾지만 아무 것도 좇을 수 없었다. 달이 준혁을 데려 간 것일까. 아니면 정말 진영이 다시 나타난 것일까.

 

그들의 사랑을 순식간에 읽어 버렸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들과 동화될 수 없음에 몸둘 바를 몰랐다.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아, 익숙한 복선이야' 를 되뇌이며 간접경험을 뽐내고 있었지만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 더 강렬한 비극을 원한 것인지 행복한 결말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엇갈리는 사랑,죽음,변하지 않는 마음등을 지켜 보며 익숙한 스토리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 멍하니 그들의 사랑을 생각해 봤지만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엔 내가 가진 세상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고 그들의 사랑을 느끼기엔 나는 현재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바보 같은 변명을 늘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젠 사랑의 감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기억의 순환이 아닌 잊혀짐만이 늘 일상화가 되어버린 것일까.

그들의 사랑을 두고 누구는 불행하고 누구는 행복하다 논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마음 속에는 한 사람이 잠재해 있지만 그 한사람과 오래 오래 마주보며 살아갈 수 없으니 그게 안타까울 뿐이였다. 내 곁에 둘 수 없는 사람, 그 사람 때문에 준혁은 매일 밤 달을 보았으리라.

그리고 그 환영을 좇아 자신의 사랑을 찾아갔으리라. 자신의 모든 걸 던진 준혁의 뒷모습이 더 이상 쓸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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