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삶의 여백에 담은 깊은 지혜의 울림
박완서.이해인.이인호.방혜자 지음 / 샘터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소설가 박완서님과 이해인 수녀님은 익히 알고 있지만 방혜자님, 이인호님은 낯설었다.

그래서 박완서, 이해인 이 두분을 믿고(?)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박완서 이해인의 대화 방혜자 이인호님이 대화는 내가 그분들을 안다고 해서 더 와 닿거나 모른다고 해서 덜 와 닿는 그런 차원을 떠나는 진솔한 대화였다.

물론 박완서님의 몇몇 작품을 읽고 그 분의 개인적인 모습들을 많이 접해 대화 속에서 더 많은 밑 배경을 알고 있어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의 일 인냥 읽어 나갔지만 이러한 소소함 보다는 대화의 폭이 넓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여서 크게 좌지우지 되었던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 분들의 배경과 일은 대화의 중심에서 부터 다른 주제로 뻗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박완서 이해인 님이 대화는 삶 속에 녹아 들어 인내와 고통 사랑을 얘기 하는 부분이 많은 반면 방혜자 이인호님의 대화는 유학파 답게 여성의 역활, 세계속의 나 등을 말하는 시각이 좀 더 틔인 주제가 많았다. 너무나 유명한 박완서 이해인 님이기에 무슨 대화를 할까 하는 궁긍증이 일었는데 그 두 분의 친분과 명성이 어느 정도 있기에 개인적인 얘기들도 많았다.

방혜자 이인호님도 그러했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박완서 이해인 수녀님의 배경에 반해 전혀 아는게 없어 방혜자 이인호님의 대화를 더 재미나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한 인생을 놓고 볼때 세상을 내려다 보는 위치의 분들의 대화지만 쉽게 수긍할 수 있고 공감 가는 내용들과 그들의 지혜를 빌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서 어려움 없이 읽은 기억이 난다. 조금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 속에서 박완서님의 말처럼 쉽게 읽힌 다고 쉽게 씌여진 것도 아닌 독자들을 위해 아니면 삶의 연륜으로 그렇게 대화를 이끌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 안에서 얻은 것을 품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 분들의 대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처소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늘 자신을 가꾸어 나갔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1945년 생인 이해인 수녀님만 빼고 세 분은 1930년대 생이시다.

60~70년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격동의 세월을 보낸 분들이라 단순한 나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박완서님도 말씀하셨듯이 70년의 인생을 살면서 몇 백년의 삶을 산 것처럼 개인적으로나 사회 정치적으로 수 많은 변화와 아픔과 기쁨을 맛 보았기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이유를 못 찾을 정도로 그들의 연륜은 깊었다.

이 분들의 대화가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 사고를 틔워주는 인식을 떠나 인생의 까마득한 선배로써 보여주고 나누어 주는 것들은 많았다.

우선은 자기네들의 경험을 유감없이 뱉어냄으로써 선택의 기로를 매일 걷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좀 더 넓은 시각을 틔워주었던 것 같다.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인생의 기회라고 말할 수 있고 선택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진짜 나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소설가,수녀,화가,역사학자라는 범상치 않은 그녀들의 일은 열정적인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독려가 되었다. 여성이기 이전에 의지를 가진 한 사람으로써의 그녀들의 모습은 시대를 뛰어 넘어 도전을 가늠해보는 열정이 묻어났다.

더욱이 요즘같이 해외유학이 흔해진 세대의 젊은이도 아닌 50~60년대의 젊은이였던 방혜자,이인호님의 유학은 의미가 남달랐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더 큰 세계에서 나를 가꾸기 위해 떠난 유학과 시대가 요구해서 호기심으로 도피하듯 떠나는 유학은 차원이 다른 것이 인상 깊었다.

나이로 보자면 할머니의 대열에 올라선지 오래인 그녀들의(그녀라고 말하기에 송구하지만) 모습에는 세대차이의 고리타분함이 아닌 삶이 지혜와 열정이 숨어 있어 그것을 엿보는 시간은 참으로 진귀했다. 그 분들의 대화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 그 대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좋았다.

 

자신과의 대화가 없다면 상대방과의 대화는 흐름을 타지 못할 것이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한 셈이라 상대방과의 대화를 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아주 진솔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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