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감투 이야기 속 지혜 쏙
김일옥 지음, 박정인 그림 / 하루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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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감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무척 귀엽다. 나중에 도깨비들에게 혼쭐이 나는 김 서방인데 얼굴만 봐도 장난기가 가득 차 보인다. 도깨비감투에 얽힌 이야기라면 이미 알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아직도 내 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도깨비 아저씨 나온다!’ 라고 하는 걸 보면 알게 모르게 도깨비란 존재를 인식 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도깨비에 대한 생소함은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더 느긋하게 도깨비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그림을 보면서 ‘도깨비들 부자인 가봐. 돈이 많네!’ 하는 게 아닌가! 도깨비들 주위로 황금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픽, 웃음이 났다.

 

어쩌다 김 서방은 도깨비감투를 얻게 됐을까? 도깨비들은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저들 세상으로 후다닥 사라져 버리는데 아주 가끔 신기한 물건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루는 김 서방이 지게를 지고 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감투를 써보고는 이내 도깨비감투라는 걸 알게 된다. 감투를 쓰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내가 귀신이라며 혼비백산 하는 모습을 보고 김 서방은 나쁜 계획을 세운다. 시장에 가서 ‘맛있는 떡도 훔쳐 먹고 멋진 옷도 훔쳐 입’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무도 못 알아보자 더 대담하게 지게를 지고 가 가릴 것 없이 온갖 것들을 훔쳐와 집에 숨겨둔다.

 

피해는 고스란히 동네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정성껏 차려 놓은 생일상 음식이 사라지고, 시집갈 때 입을 고운 옷이 없어지고, 애지중지 아껴 둔 귀한 물건이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동네 사람들의 그런 걱정을 엿들으면서도 김 서방은 키득키득 웃기만 하고 있다. 그러다 작은 불씨가 김 서방 머리 위에 내려앉았고, 감투에는 구멍이 뚫리고 만다. 아내에게 부탁해 감쪽같이 고쳤지만 물건을 훔치는 일을 멈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들킬 뻔 했는데도 조심하자며 그 자리를 슬금슬금 벗어날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눈치를 챈다. 검댕이(아내가 고쳐준 부분) 나타나면 물건들이 사라지니 이상하게 여기다가 검댕을 따라간다. 김 서방은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다 감투가 벗겨졌고 김 서방 집까지 쫓아온 사람들은 사라진 물건이 죄다 김 서방 집에 있는 것을 보며 분개한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이 김 서방을 흠씬 혼내주고 물건을 죄다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몽둥이 수십 개가 나타나 김 서방을 마구 때리는 것이 아닌가. 김 서방은 죽겠다고 소리치는데 마을 사람들은 때리는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그저 신기한 일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그러다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몽둥이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김 서방은 본체만체 하고 물건들만 챙겨서 가 버린다.

 

예전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김 서방이 다시는 남의 것에 욕심 내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또 다시 이전과 같은 행동을 하며 비겁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을 깨닫길 바랐다. 너무 빤한 바람일지는 모르지만 누구나 김 서방 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아예 그런 기회를 차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항상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짧은 동화를 보며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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