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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하루 일기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집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꺼내 필요 없는 것들은 버렸다. 그러다 창고 구석에 처박아둔 일기장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때 쓴 일기장이었는데 오글거려서 몇 장 읽다가 덮어버렸지만 그때만큼 내 감정을 충실하게 남겼던 적이 있나 싶다. 작은 감정을 세세히 남기고 그게 어떤 마음인지 몰라 맴돌았던 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런 일들을 만화로 남긴다면 <코하루의 일기>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동질감이 들었다.
남자아이들의 순간적인 시선을 감지하고 잠깐 우월감을 느낀다거나 엄마가 새로 산 옷을 자랑하면 왜 꾸미는 걸까 생각해 보고 생리에 관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얘기한다. 얼핏 순간의 감정에만 충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때론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예뻐서 인기가 많은 친구를 보며 ‘그 아이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생각. 어쩐지 싫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말들에서 나의 경험들을 비춰보기도 했다. 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를 감추고 싶어질 때가 더 많은데 그런 감정까지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때론 피곤하기도 했지만 뭔가 후련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나와 언니만이 아빠와 엄마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고 언젠가 엄마랑 아빠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가족’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지. 109쪽
형제자매가 항상 좋을 순 없지만 언니란 존재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때면 뭔가 찡해진다. 직접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과 언니란 존재가 있음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형성되고, 그게 나를 지탱할 수도 있다고 여기면 그냥 뭉클해진다. 이런 마음이 오래가지 않더라도, 표현이 서툴더라도 주변을 둘러보고 한 번 더 곱씹어 보는 과정만으로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언뜻 보기에 평범한 10대의 나날’을 보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서투른 표현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