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다나다 군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독특하구나 독특해' 라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렸다.

다나다가 호테이 호텔을 들어가면서 부터 펼쳐지는 세계를 무어라 단정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방향치에 센스 없는 다나다 군이 오히려 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곳이였다. 오로지 빛나는 여자 마바의 뒷모습을 보고 쫓아 들어간 호텔에서 그는 환상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정도의 괴상한 경험을 한다. 그녀의 뒷모습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다나다.

그녀를 쫓아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생각하지만 그는 입구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 다름아닌 호테이상을 청소하는그녀를 만나지만 털털한 그는 도둑으로 몰려 감옥 같은 게스트룸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그녀에게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라며 말하고 호텔 관계자들에게도 그렇게 말하지만 모두들 신뢰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30분전에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 어느 누가 '네, 그러셨어요'라며 반기겠는가.

 

다나다는 지금껏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양상에서 한발짝 벗어나 진지하게 마바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 최선을 다한다.

전혀 티가 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진심이 느껴지도록 다다갈 수 있을 날은 언제일까.

호텔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은 너무나 많다. 다나다는 단지 마바시와 얘기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인데.

그러나 그녀와 마주하고 있는다 하여도 과연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까.

온통 독특한 사람들로 넘치고 마바씨에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그녀와 호텔의 정체는 드러나며 꼬여 간다.

그런 열정 속에서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기회가 와도 그는 센스가 박치였다. 그러나 호텔 회장에게서 그녀를 구해야 한다. 마바씨를 포기할 수가 없다. 다나다는.

 

이런 소설의 흐름은 많은 요소들을 제쳐두고라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 소설 답다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과연 일본다움을 나는 알고 있으며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랬기에 이 소설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 그래야 수 많은 의문들이 스르르 풀리고 자연스레 호테이 호텔에 동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마바씨와 함께 손을 잡고 호텔에서 빠져나온 순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그녀가 있는 낯선 호텔은 다나다군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였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다나다군보다 내가 더 놀랬다.

괴상하기만한 호텔은 마바씨를 만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였고 방향치인 다나다 군에게는 그지 없이 적합한 장소로까지 승격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을 잡고 호텔에서 나와 자신의 집과의 거리를 가늠해보며 삶의 변화는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운명은 때론 얼마나 장난이 심한지 실감하게 된다.

호텔을 벗어날 수 없는 마바씨를 구해(?)오는 멋지다고는 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다나다였지만 현대판 기사도 같다고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깊은 사랑에 빠졌고 오로지 사랑의 힘으로 그녀에게 올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런 사랑을 꿈꾸지만 다나다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데 결코 쉬운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랑은 문득 다가오고, 혹은 공상이 과하다는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득 나도 내가 사는 곳에서 가보지 않는 곳으로 30분정도 걸어가 볼까? 그러면 이러한 사랑이 내게도 펼쳐질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그의 열정,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다나다군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꾸며진 모습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호텔속의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다나다군은 일반인인 우리와 가깝다. 너무 평범해 호텔 속에서 오히려 튀어 버리는 그지만 그랬기에 그의 사랑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나다와 호텔을 이해하기 전에 이 책 번역이 잘못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번역자도 자신이 글을 옮기면서 그러한 의심을 했었다고 한다.

저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소설 단락에 등장하는 알 수 없는 대화가 들어있는 모리스 라벨의 오페라 감상을 첫번째로 꼽으며 번역을 했다던 노력을 보며, 감히 그런 생각은 품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다나다군만 붙잡고 있으면 될것 같다.

다나다군과 친해지면 호테이 호텔에서의 모험이 신날(?)수 있으니까. 그러한 다나다군의 모습에서 나의 사랑의 열정의 농도를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