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분명 나는 현실이 아닌,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오기시마 섬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그 섬의 모습을 부정하기엔 뚜렸한 것이 너무나 많다라기 보단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섬이였지만 섬의 실체는 외부와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자칫 겉으로 드러나는 미래를 보는 허수아비 유고, 살인 허용된 남자 사쿠라등이 독특해서 딴 세상의 느낌을 주었지만 분명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인 외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는 이런 연유에서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섬이 독특한건 사실이다.

놀랄만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그냥 다 놀래 버리면 될 정도다.

100년이 넘도록 외부인이 들어온 적이 없는 오기시마 섬에는 유고라는 허수아비가 있다. 허수아비에게 무슨 이름이? 라고 생각하는 순간 허수아비는 말을 한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때 허수아비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노라며 나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편의점 강도 미수로 잡혀 경찰차에서 탈출한 뒤 이 섬에 도착해 있는 이토의 현실은 이랬다.

이 모든 것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더군다나 자신이 이 섬에 들어온 두번째 외부인이다.

그렇다면 첫번째 외부인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라고 의문을 갖는 순간 자신을 안내해주는 히비노는 첫번째 외부인은 이 사실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토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짧은시간 동안 알게 된 놀랄만한 것들이 수북한 이 섬에서 이토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 섬에 결여된 것을 외부인이 가지고 온다'라는 전설속의 인물이 이토라 생각하며 이토의 활약상을 기대했던 내게 이토는 평범함을 잃지 않는다.

 

무언가 이 섬에 크게 결여 된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리얼리티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이토 앞에 커다란 폭풍이 훑는다.

이토가 도착한 다음날 100년이 넘도록 논 한가운데서 미래를 내다보지만 미래를 말하지 않는 허수아비 유고가 살해 된 것이다.

이토는 자신의 존재 여부를 조금씩 느끼면서 유고가 살해된 이유와 범인 그리고 수없이 일어나는 살인사건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더군다나 유고의 유언이라 할 수 있는 '오듀본에 대해서 들어라','자전거를 몰아라','편지를 써라' 등 서서히 실행을 하지만 이토에게 특별함이 묻어 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탐정이라든지 결여된 무언가를 가져다 준다는 것은 더더욱더.

 

두꺼운 양이 이에 적합하다는 듯이 쉴새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많은 의문들은 서서히 풀려 나간다. 그러한 의문의 풀림은 끝을 향해 갈수록 이 소설은 끝에서부터 씌여졌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래를 보는 허수아비 유고가 자신이 살해된 이후 섬의 미래를 교묘히 만들었듯이 저자는 과거를 내려다보며 소설을 쓰고 있는 느낌이였다. 그러면서도 유고를 따라 미친듯이 미래를 내다보도록 함정에 빠트려 놓고서 말이다.

 

유고를 죽인 이유는 무엇이며 이토가 이섬에 온 이유는 무엇이고 오듀본이라는 조류학자의 이야기를 왜 들어야만 했을까.

100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미래를 내려다보며 미래를 말할 수 없는 유고는 그만 쉬고 싶었다. 그리고 이토가 이 섬에 온 이유는 특별히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섬에 결여되어 있는 무언가는 서서히 옮기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오듀본이 100년전 나그네 비둘기의 멸종을 염려하며 그린 새도감이 첫번째 외부인을 이곳에 이끌어 왔다.

이미 멸종되어 버린 나그네 비둘기 한쌍이 오기시마 섬에 나타난 것이다. 오듀본의 소망이 오기시마 섬에서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유고가 없는 섬은 서서히 바깥 세상과의 개방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유고는 이 섬을 지킬 수 없다고 하였고 오래전 이 섬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도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겉모양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지만 100년이 넘도록 외부와 단절된 섬이다. 그 첫 오류부터 섬의 모든것 그리고 제임스 오듀본이라는 사람에서부터 섬의 단절이 시작된 곳까지 진정 그들이 걱정했던건 사랑하는 무언가가 다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오듀본에게 그것이 나그네 비둘기 였다면 섬 사람들에겐 유고가 혹은 섬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이토에게는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으로 지킨다는 사명속에 오류가 무엇인지 서서히 오기시마는 깨어가고 있다.

유고가 타살이 아닌 자살이였다는 것 그리고 100년이 넘게 해온 그 역할에서 내려오고자 했던 것부터 자신이 미래를 말해주지 않아 고통과 원망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과하를 하고 싶었던 것.

그것 부터가 서서히 자연스러운 흐름을 얘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이 두꺼워서 지레 겁먹고 오기시마의 믿기지 않는 현실 속에서 헤멜때 어느새 책은 끝나 있었다. 그리고 신기루처럼 오기시마는 사라져 버렸다. 존재할 수 없는 섬의 존재가 이미 결여를 만들어 냈듯이 나는 한낱 꿈 속의 섬을 본 것 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오기시마를 부정할 채움을 나는 가지고 있을까?

진지하게 오기시마를 보았다면 그 진지함으로 세상을 볼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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