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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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는 깨달음 없이 그저 독서 목록만 추가하는 '도능독徒能讀'의 독서였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더 큰 확신이 생겼다.

올 한해 나의 독서를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은 허무감이였다.

작년보다 많은 책을 읽고 나름 대로 열심히 독서했다라고 생각했지만 부족함에서 오는 진부함, 그리고 도능독의 독서 때문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더 많은 책을 읽으리라 다짐했던 시간은 쉬엄 쉬엄 하자는 마음으로 굳혔고 사색하며 독서 하기를 갈구하고자 내년의 독서 양은 목표를 잡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나의 독서를 비웃기라도 하듯 옛 선인들의 독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독서라기 보단 암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한권의 책이 수 백권의 책을 능가한다는 걸 알기에 선인들의 독서에 감히 반기를 들 수가 없었다.

양이 아닌 질이 중요하다는 것에 어찌 책도 예외가 아니겠는가.

책을 통째로 외우되 무작정 책 내용만 줄줄이 늘어 놓는 것이 아닌 책 속에 담겨 있는 진리와 깨달음을 위해 평생 학문에 정진하는 옛 선비들의 모습은 처연하면서도 칼칼한 감동을 주었다.

 

평생 하는 일이 학문탐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비들이 책과 함께 정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을까. 그 정도의 독서와 탐구는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런 선비들의 모습을 보며 학문은 양반들과 지식층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파생의 것이 그 외의 신분들이였다.

그 외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에겐 배부른 소리고 서러움과 다가갈 수없는 소유일 수도 있다. 지식이 소유일 수 있겠냐만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옛날 처럼 책은 지식층의 소유가 아니고 학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앎에서 오는 과시는 현존하기에 소외의 대상에 내가 포함되어 있어 책 내용과는 멀게 씁쓸함이 든 것도 사실이였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잠시 제쳐두고 선인들의 독서와 그 안에 깃든 내면의 모습과 고전과 현대를 이어 보려는 저자의 의도속을 좀 더 여행해보자.

 

총 3장으로 나뉜 책 속의 선인들과 고전 그리고 그에 얽힌 수 많은 이야기와 의미는 내게 참 신선했다.

책의 겉모습만 보고, 책을 대충 훑어보고 바로 고리타분함을 느낀 내게 '책'이라는 그 자체가 나를 이끌어 읽었던 것인데 한국 고전과 옛 것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역할의 가장 큰 묘미는 저자의 정갈한 해석과 문체였을 것이다.

우리가 위해하기 쉽게, 현 시류에 맞게 펼쳐놓은 고전은 나를 책 속에 빨려들게 만들었다.

고전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옛 선인들 속에서 내가 얻을 수 있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게 많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밀려왔다.

 

공자는 독서의 유익함 가운데에서 근심과 번뇌를 없애 준다고 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즐거움에 풍덩 빠졌던 것이다.

깊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이 책을 읽었고 독서에 심취하였던 선인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들이 책을 통해 얻는 기쁨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그 주역은 책이였고 책을 통한 생각의 흘러옴이였다.

책과 일치된 내면의 아름다움은 책 그 자체였고 때론 그 보다 더한 넘침이였다. 그 넘침을 주워 담는 것만도 행복에 겨웠으니 책을 멀리 할 수가 있을까?

 

책의 2장 3장은 내가 느끼었던 감동에서 조금씩 벗어나 책 속의 소소한 느낌과 선인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였지만 자연스레 동화되어 간다. 오히려 책 속에서 그렇게 많은 걸 발견하며 전달해주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저자가 고마울 정도였다.

고전은 좋아하면서도 외국의 고전에만 빠졌을 뿐 우리의 고전은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말도 안되는 편견 속에서 멀리 하였던게 사실이였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도 우리고 가장 사랑할 사람도 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전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와준 선인들의 독서는 한국의 고전을 사랑할 수 있는 만남의 장까지 열어주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고전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이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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