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잊지 못할 일 -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59인이 말하는
도종환 외 지음 / 한국일보사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59인이 말하는 평생 잊지 못할 일이라...

그와 비슷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101인의 가상 유언장이라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쓴 글을 엮은 것이였다. 그러나 그 책을 읽고 적이 실망하고 말았다.

유언이라는 낯섬과 주제가 정해진 탓인지 가상이라는 제목이 있음에도 너무나 가상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한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59인의 이야기라.... 읽기도 전에 짜증이 났고 조금 읽어본 후에도 도저히 마음이 가질 않아 방치해 두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시간이 흐른 후 힘없이 퇴근해 집에 돌아와 책상을 보니 읽을 책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마음이 쓸쓸하고 무기력감이 밀려온 탓일까. 억지로 밖에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내 평생 잊지 못할 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짜증과 억지가 아닌 마음을 열어 놓고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 나의 마음상태와 가장 잘 맞았기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연말에다 새해를 맞이해야하는 부담감으로 나는 계속 의욕을 잃은 상태에다 무기력에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린 날들의 연속을 마주 하고 있었다.

무엇으로도 마음이 달래지지 않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가시는 늘어만 가고 그럴때마다 거칠게 불평을 내뿜는 나였다.

그러한 상황이였기에 그렇게 보기 싫어 하던 이 책을 꺼냈으리라.

그냥 읽고 해치울 생각에 집어든 책이였는데 나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나의 감정이 격해 있었고 연속으로 마주한 마음찡한 사연들이라서 그랬겠거니 해도 '감동은 기적처럼 온다'에서 위험에 처한 회사를 위해 방패막이를 해야 하는 씁쓸함을 안고 있는 사장 앞에 직원들이 사재를 담은 통장을 내민 것이다. 평상시의 나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사연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였을 텐데 나는 왜 눈물이 났던 것일까.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직원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보여준 믿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나는 현재 내가 잃어버린 가장 큰 것이 믿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믿음이 어느 순간 사라져 나를 찔러 오는 가시에 저항하고만 있는 나를 한발짝 벗어나 바라 보게 됐기 때문이다.

 

59인이 전하는 사연은 다양하고 다른 느낌을 안고 있지만 그들이 그 일들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단 하나다.

상대방이 내게 보여준 신뢰때문이다. 가족이나 낯선 사람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마주하게 된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발견했을때 그들은 마음 속에 그 일을 각인시킨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많아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이 신뢰에 대한 마음을 대신 품어 버린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겠노라고 다짐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대부분 성공한다. 그러나 어렵고 힘겨운 시절을 바탕으로 성공을 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라 괜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빵빵한 학력과 이력을 살펴보건데 이런 사람들의 잊지 못할 일만이 감동을 주는것일까. 그들은 나같은 사람과 달라서 내가 무심히 지나쳐 버린 일들을 보며 깨달아 성공한 것일까라며 억지떼를 써보아도 나의 거부감은 열등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내가 느꼈던 신뢰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어느새 이렇게 약아빠진 마음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나는 아직 신뢰를 줄지도 받을지도 모른다.

신뢰는 주고 받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며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의 신뢰는 너무나 얇고 얕다.

내가 흘렸던 한방울의 눈물은 얇은 나의 마음을 적셔 단단하게 해주는 시초라고 생각하고 싶다.

 

59인의 잊지 못할 일들이 과연 평생이란 말을 집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함인가, 대단함인가를 논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내가 건진 이 마음자세와 다짐을 굳건히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내 마음속에 있는 불신을 깨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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