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찾기
마리네야 테르시 지음,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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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10대들의 모습을 다룬 소설을 보면 왜 내가 10대때는 이러한 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해 자극을 받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10대때의 나의 독서를 살펴보면 그냥 닥치는대로 읽었고 그나마 자각하고 골라 본 것은 10대 후반에 읽은 문학 조금이 전부다.

대부분 크게 공감이 가지 않고 내 수준에 맞지 않는 독서였다는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다.

거창하게 10대의 독서를 운운하는 것은 이 책의 주인공 가브리엘 때문이다.

 

17살의 나이에 갑자기 비워진 아빠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고통의 과정의 겪으며 자신의 내면에 가까워지는 가브리엘이 나는 부러웠다.

아빠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그가 부럽다는 말이 얼핏 잔인하게 들리 수도 있으나 아빠를 잃고 아빠가 어떠한 떠남을 강행했든 어떠한 과정이 있었기에 아빠를 원망했든 결국은 아빠를 소중한 사람으로 되돌려 놓는 마음이 기특해서이다.

자신도 의아해하는 엄마와 아빠의 바닥을 드러내면서도 끊어질 수 없는 사랑을 봤으면서도 가브리엘 자신도 그렇게 아빠를 사랑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갑자기 자살을 한 아빠에게 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고 또한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에 편지를 쓰기로 한 가브리엘.

여기에는 아빠에게 쓴 편지와 자신의 일기들로 채워져 있지만 17살의 가브리엘이 가질만한 성숙을 뛰어 넘는 내면이였다.

때론 유치할때도 있었지만 쉼 없이 고뇌하고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는 그의 내면은 무르익음의 농도가 짙었다.

 

아빠에 대한 수 많은 의문들과 엄마에 대한 짜증, 그리고 현실적인 사랑과 모순적인 사랑의 경험 속에서 똑부러지게 나아기진 않지만 깊은 늪 속에서 서서히 뭍으로 올라오듯 그 과정은 적나라하다.

그의 사고와 마음의 드러남은 일기와 편지를 통해 거짓을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자신도 아빠가 곁에 있었다면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없었다고 했듯이 그의 행동도 서서히 자신이 이끄는 진실을 향해 가고 있다.

 

엄마에게 아빠의 죽음의 전반상황을 듣게 되고 엄마, 아빠에 대한 고통과 분노의 감정 속에서도 이젠 엄마와 더 가까워져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동안 아빠와 너무 다정해서 엄마가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으니 이젠 그러한 아빠가 없고 아빠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져도 결국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빠니 엄마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 억지로가 아닌 스스로의 생각으로.

늘 일에 찌들려 아빠와 가브리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 해 주지 못하고 아빠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도 가브리엘 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가브리엘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와 가깝게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둘에겐 미래가 있잖니. 안그래?" - p.208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도 가브리엘도 커다란 고통과 혼란스러움 가운데에서 헤메였지만 이젠 각자의 미래이면서도 공동의 미래이기도 한 그들의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체성을 찾지 못해 혹은 자책감에서 나오는 혼돈 속에서 삐뚤어 질 수도 있었지만 가족의 소중함과 늘 곁에 있어주는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주는 알레한드라의 품으로 안착하려는 마음이 애닯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 도중에는 이러한 느낌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가브리엘의 토로를 보고 있자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착각이 일 정도로 내면의 혼란을 다 끌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끌어 냈다면 힘들다, 살 맛이 안난다로 끝내 버렸을 그 무언가를 혼란스러움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는 10대 때 그런적이 있었던가. 20대인 지금의 나는 나를 더 감추고 살고 있진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가브리엘의 혼란을 부러워하며 그의 안착됨을 기특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10대의 나의 혼란은 철저히 내면 속에 감추어져 있었고 20대인 지금의 나는 태연히 마음을 드러내지 않음에 능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모습을 찾아야 하는건 가브리엘이 아니라 가브리엘을 통한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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