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오랜만에 여행을 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그래 어차피 노인네니까! 41쪽


시장에서 오징어 낚시를 하다 바지에 물총을 맞은 남편이 옷을 갈아입으려 하자 부인이 ‘굳이 갈아입으러 가고 그래요. 금방 마를 텐데.’ 라며 말린다. 하필 젖은 부위가 오줌 싼 것처럼 오해할 수 있어 갈아입으려다 ‘어차피 노인네니까.’ 하고 그냥 둔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좀 씁쓸했다. 노인은 아니지만 나 역시 ‘아줌만데 뭐, 어때?’ 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작용한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는 옷이 꼬질꼬질해도, 화장기 하나 없고 배가 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육아에 찌들어 나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점점 커서 몸이 자유로워지면서도 타인의 눈살을 찌푸릴 정도만 아니면 역시나 아줌만데 뭐 어떠냐는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소소한 일상을 공감 있게 담아내서 좋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무심코 지나가는 대화에 내 경험을 끌어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타인의 소소한 일상을 지켜보면서 안도하듯 지나쳐버리는 내 일상들을 되짚어 보는 것.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들도 좋지만 종종 이렇게 긴장감을 늦추고 편하게 사색할 수 있는 책도 좋다. 읽고 나서 ‘무슨 얘기를 읽은 거지?’란 느낌이 남지 않아도 뿌듯한 책이라고나 할까? 제목처럼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이야기는 그렇게 노부부의 일상, 딸의 일상,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세상의 넓이는 느끼는 것은 ‘이동’ 뿐만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내 안의 힘이야. 140쪽

홀로 여행을 떠난 히토미 씨가 여행하면서 한 생각이다. 여행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것과 목적은 여러 가지겠지만 눈으로 보고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내 안의 힘’으로도 세상의 넓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특히나 움직이는 것, 여행, 직접 발을 내딛어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적확한 말일 정도로 울림을 주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그것 또한 마찬가지지 않을까? 외부의 수많은 유혹과 자극이 들어올 때 적절히 ‘내 안의 힘’에 미루어 결정하고 따라가는 것. 물론 언제나 ‘내 안의 힘’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중심이 잡혀있을 때와 없을 때의 혼란을 알기 때문에 ‘내 안의 힘’을 기르자고 해석했다.


며칠 전 인생은 길어야 백 년이기 때문에 인생은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는 강연을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길어야 100년이라고 했듯이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에 소소할지라도 의미를 두면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담은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의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그렇기에 내 삶을 다양한 이미를 두어 만끽해보려 한다. 특별한 변화는 없을지라도 매일매일 다채로운 날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면 그 사실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