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
로리 고틀립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을 보며 잠시 나마 '나의 연애는 왜 이 모양일까' 라고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 논할만한 연애담이 없다는 것이 참담하게 다가왔다.

연애를 안한지가 근 3년이 되어가고 그나마 3년전의 경험도 내 인생에서 한번뿐인 연애였으니 갑자기 이 책을 마주하기가 고약스러워진다.

한심하고 못된 나를 만나버릴 것 같은 두려움, 혹은 스스로 위로해야 할지도 모르는 처연함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이 책을 마주하기 전부터 나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첫 대면부터 이렇게 책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다.

주관적인 생각을 덕지 덕지 붙여 책을 펴들고 보니 위험했다.

이 책의 저자의 문체가 지극히 자조적이였기 때문이다.

he said, she said로 남,녀의 상황 대조를 실어 놓았지만 내가 책을 읽기 전부터 빠져들었던 자괴감의 늪으로 끌고가기 충분할 정도로 씁쓸함이 많았다.

거기다 정서의 낯섬이라니...

솔직담백한 고백 속에서도 그들의유머, 그들의 생각을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를 쉴새없이 되뇌이게 되는 동떨어진 느낌은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무조건 동조하기에는 무리가 갔다.

오히려 당신들의 연애는 왜 그 모양이냐고 진실됨을 찾아 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무엇의 진실을 찾는단 말인가. 사랑의 진실? 그들이 계산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거짓을 향해 갔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현실 속으로 뛰어 들지 못했고 그들은 뛰어 들어 부딪혔다는 차이만 있었을 뿐.

그래서 그들의 부딪힘을 지켜보며 혀를 차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경험담과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아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연애에 대한 환상을 조금이라도 품고 싶다고 이렇게 다 드러내는 건 싫다고 말이다.

이런 나의 모습이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연애의 쓴맛을 잊은 후에 품은 환상이 너무나 달콤한 것을...

 

이 책에서 남,녀의 만남에서부터 사귀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의 많은 부분들 속에서 분명 연애의 환상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연애를 자꾸 실패했기에 그러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완벽한 소울 메이트는 없다는 것을 보고도 난 왜 이들의 말을 믿고 싶지 않고 당신들이 진지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일까.

아직은 너무나 개방적인 그들의 사고방식과 연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리라. 당신들과 같은 솔로이지만 그렇게 재고 빼고 더하는 복잡함보다는 운명을 기다리고 있노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도 못하면서 당신들의 연애는 머가 그리 복잡하냐고 짜증만 내고 있는 것이리라.

 

자조적인 서술도 싫고 정서의 낯섬에서 나오는 유머도 어색하고 무엇 보다 환상을 갖지 못하는 드러남이 거북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솔로일 수 밖에 없다고 비난을 던져와도 조금은 위로를 기대했던 나는 심하게 풀이 죽어 버렸다. 이런 식으로 연애를 해야 한다면 연애와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이런 연애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좀 더 유쾌하게 써내려가지 못한 그들의 연애, 좀 더 아기자기하게 꾸미지 못한 책의 구성등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왔다.

그 아쉬움이 왜 너의 연애는 그 모양이냐고 경종을 울려주는 자극일 수도 있는데 그 자극을 그들의 연애담으로만 돌려 버려서 민망하기 그지 없지만 내게는 그들을 비난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는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고 당신들처럼 계산적인 건 싫다고 말하면서도 어느새 조건주의자가 되어버려 그 조건 속에서 연애의 환상을 품고 있는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사랑만을 지향하면서 어느새 사람이 아닌 조건으로 판단하는 속물근성을 가져버린 나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다.

정작 중요한 나는 제대로 갖추어 놓은 것이 없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조건이 필요없는 불꽃같은 사랑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르면서도 현실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나를 거둬들이지 못한다.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빛깔 없는 사랑을 꿈꾸었던 것일까.

책에 대한 수 많은 푸념을 쏟아 놓았지만 분명 이 책을 읽기 훨씬 전부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씁쓸함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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