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공자 -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인류의 스승 산하 청소년
김종옥 지음 / 산하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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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열중해서 몸과 마음이 몰입해 있는 단계는 ‘좋아하는’ 단계입니다. 그것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즐기는’ 단계입니다. 어떤 일이나 대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즐기는 것은 그런 구분조차 없이 완벽하게 몸과 마음에 배어든 상태이지요. 101쪽


나는 책을 좋아한다. 시골에서 자란 탓에 초등학교 때부터 남아도는 시간을 어쩔 줄 몰라 책을 읽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집까지 걷는 한 시간 남짓 동안 심심해 책을 읽으며 갔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독서를 ‘즐기는’ 단계 같지만 그때는 순전히 시간 때우기 용이라 공부와는 상관없는 읽기를 했을 뿐이었다. 다행스러운 건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마구잡이였지만 독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고 책을 읽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부터다. 그리고 수많은 책들을 경험했다. 읽은 책 모두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대로 독서의 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시간이 남아서 읽다가, 과시용으로 읽었고, 재밌고 궁금해서 읽었으며, 지금은 알아가는 게 많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래서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단계인지 ‘즐기는’ 단계인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내가『논어』를 읽을 줄은 몰랐다. 번역의 힘이 가장 컸지만 독서도 때가 있듯이 30대 후반이 되어서 읽은『논어』에서 말한 사람다움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물론 사람다움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지만 군자란 무릇 고리타분하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치열하게 인품을 쌓고 배움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는 사람이란 사실을『처음 만나는 공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논어』를 읽어서인지 공자의 삶을 비롯해 교육가로서 제자들과 함께 하며 본보기로 스스로를 수양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공자의 삶을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춘추 시대의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상 정치를 펼치기 위해 신념을 굽히지 않은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세상에 적당히 타협해서 살아가지 못한 모습 때문이 아니라 너무 바른 사람이라 등용하기를 꺼려하는 나라와 사람들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공자는 배우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온갖 어려움 앞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모범을 보이며 진정한 인仁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거칠구나.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일에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63쪽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공자의 진정한 뜻을 알지 못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공자를 스승으로 모셨다. 제자가 3천 명이나 된다는 사실과 신분, 출신, 나이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인품과 자질로 제자를 삼는 것에서 스승으로서의 참된 정신을 보여준다. 교육과정에서는 또 어떠한가! 맞춤교육으로 제자들을 가르쳤고, 배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스승으로 삼고 배웠다. 말만 앞선 사람을 싫어했고, 기록을 보면 평소에 말이 많지도 않고 스스로 말을 아끼기도 했지만 옳지 못한 것 앞에서는 단호하고 불같았다. 이미 열다섯 살에 평생 학문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였으니 일흔 셋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내공이 어느 정도였을지 제자들의 기록만 봐도 범접할 수 없는 단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배움을 좋아했던 공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상을 펼칠 수만 있다면 다른 나라도 상관하지 않고 기꺼이 찾아가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정치가로서의 활약은 많이 볼 수 없다. 그가 중도라는 고을에서 ‘읍재’로 있을 당시 그 고을이 얼마나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사람답게 살았는지만 봐도 정치에서 기량을 펼치지 못한 것이 그저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인仁의 정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반대로 진정한 인仁을 펼치기 힘든 세상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인仁을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원칙을 어기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공자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나 또한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과 다짐을 할 수 있도록 아둔하게 먼 길을 돌아 온 나의 독서가 새삼스레 고맙게 느껴진다. 고맙다는 뜻이지 교만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설마 공자 님 앞에서 교만을 드러낼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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