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복거일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현명은 내게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바랄 수도 없는 모습이라서 욕심내어 본적은 없지만 세속적인 삶만은 조금 욕심이 난다.

제목을 보며 '세속적인 삶, 세속적인 삶'을 읊어보며 내가 원하는 세속적인 삶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꾸준함을 갖고 싶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내가 책에 가지고 있는 열정, 앞으로 갖게 될 열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평생을 두고 꾸준함을 유지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엇을 보았는지 언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짧은 글들이라서 읽기도 쉬웠고 저자의 글 속을 유희하면서 읽어 나갔지만 걱정스러움, 안타까움, 때때론 희망들이 주를 이룬 글들이였다.

 

정작 나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 그러한 분위기를 닮아가는 걸 좋아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인 셈인데 그래서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쓴소리들을 듣기 싫어서 피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하는 방법은 책을 읽지 않음인데 그렇게 소극적인 방법은 보이기가 싫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기대했떤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의 무조건적인 희망 메세지보다는 현재의 삶을 담담히 그려낸 것들이였다.

걱정과 비판이 있기에 씁쓸함을 느낄때도 있었지만 분명 현실을 직시해 주는 용안과 용기를 주는 메세지가 있었기에 어느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였다고 본다.

언어의 담백함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늘 몽롱함에 꿈만 꾸기 원하는 내게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 속에서 안일함이 아닌 내가 세속적인 삶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꾸준함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독후감 노트를 10년째 쓴다는 것과 세상의 어울림보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

이것들의 중요함을 솔직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삶은 더더욱 윤기가 없고 보람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때론 그러한 자신만이 방식이 무조건 헛되지는 않았다고 위로하고 있었다.

마치 먼 미래를 내다보라는 듯이.

그 미래너머의 나를 볼 수는 없었지만 나의 삶에 늘 부족한 것 투성이고 내가 하는 것들은 거의 다 의미 없는 것 뿐이라는데에서 오는 자괴감이 많이 수그러 들었다.

 

무조건적인 이러한 위로보다 현재의 나의 모습에서 직시해야 하고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애닯게 느껴지는 것들이 먼저 다가오는 법.

요즘의 무기력한 나의 모습에서 무언가 건질 수 있을까란 의문을 던져보니 다가 오는 것들이 현재 내가 이루고 있는 소소한 것들의 가치였다.

그 가치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길을 터주는 것.

문득 이 책의 진정한 미는 바로 그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책의 내용들이 내게 와 닿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러한 생각을 가졌다면 90%이상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해도 커다란 성과라고 생각한다.

책을 성과나 의의를 바라며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매한 감정의 혼란 속에 이도 저도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망설임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견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던 꾸준함의 근원이 될 것이고 더불어 현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세속적인 삶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발 디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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