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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호 ㅣ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3
정문규 지음 / 서문당 / 1989년 4월
평점 :
한참 고흐에 빠져 있을때 보통책의 크기에 실려 있는 고흐 그림이 너무나 간질거렸다.
고흐의 터치를 느껴보고 싶었고 큰 그림으로 보고 싶은데 시중의 책들은 대부분이 그러한 책들 뿐이였다. 그래서 서점을 뒤지다 서양의 미술 시리즈를 발견하고는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라며 냉큼 샀는데 무척 얇고 내용도 간략하고 출판된지 오래된 느낌이 나서 그림만 휙휙 보고 그대로 방치했었다.
그때는 고흐에 대한 관심이 왕성할 때라서 고흐 그림 전부를 다 알고 싶었는데(너무 욕심만 앞선 나머지...) 아무리 고흐 그림이 크게 나와도 내 양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안 읽은 책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이 책도 당연히 안 읽은 목록으로 넣게 되었다. 그랬기에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고 있었다.
그 강박관념이 나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서 하루는 날잡아서 화집을 꺼냈다.
분명 처음 내가 이 책을 구입했을때의 악조건들이 수두룩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원했던 고흐의 수많은 그림들을 보고 난 후고 고흐의 책들도 몇권 봐서 별 기대없이 같은 그림을 보는 거겠지 라며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나 고흐의 대표작들 중심이였고 출판된지는 오래 되고 설명도 간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내 마음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흐 책에서 보지 못했던 예술의 미를 본 것이다.
간략한 설명임에도 고흐의 삶이 중심이 아닌,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대부분이 아닌 미술적이고 예술적인면 중심으로 설명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예전에 읽었다면 분명 어렵다고 팽개쳐 버렸을 테지만(그렇다고 지금이 많이 달라진 것도 아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을 요하는 설명더 여전히 많았지만 그러한 구성이 오히려 고흐 작품을 뚜렷이 보게 해주었고 오로지 작품 속에만 빠질 수 있었다.
거기다가 해설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얇다고 만만하게 보던 화집을 더 알차게 만끽할 수 있었다.
고흐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었고,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온라인에서 고흐의 작품을 보고 또 보지만 이 화집을 통해 본 고흐의 그림은 느낌이 또 달랐다.
한권의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본 영화를 또 봤을때 감동이 또 다르듯이 그림도 그러했다.
고흐 그림을 통한 이러한 느낌은 이번에 제대로 느낀 셈인데 그래서인지 고흐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가슴 뻐근한 따스함으로 다가왔다.
쌓여 있는 책을 줄일 요량으로 감상이 아닌 읽으려고 했던 내가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그러한 마음을 온전히 날려 주어버렸고 고흐 그림을 통한 희열과 내 자신의 재발견은 정말 소중했다.
가끔은 감성을 자극하는 감상 위주의 화집을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활자중독에 걸려 꿈틀대는 글씨가 없음 이제 불안한 나는 잠시 숨을 틔우고 푸른 하늘을 만끽한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고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