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
한흥섭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다룰줄 아는 악기라곤 드럼과 1년정도 배운 피아노가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악기라고 하니 친근감이 들어 책세상문고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을 먼저 빼들었다. 한때 가야금을 배워 보고 싶어 한적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역사와 문화의 관계를 비롯해 쉽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국악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떨어져서 이러한 책의 발간 자체만으로도 보존의 산물, 자의식, 우리 문화에 대한 재발견등 부여되는 가치가 너무나 많았다.

저자가 염려하는 것처럼 서양음악에 우리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불합리하고 모순된 분류법'에서 나온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 나 또한 걱정스러웠다. 그러한 모순을 뒤집으려면 늘 귀 아프게 들어왔던 우리의 것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소중히 한다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으니 왜 우리가 알아야 하고 가꾸고 보존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터득하는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무관심 속에서 서양의 것만 좇았는데 우리의 것을 느끼려면 자연스러움이 아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찾아보는 갈급함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많이 안타까웠다.

 

삼국시대를 통한 악기로 보는 음악은 단순히 시대의 배경이 되는 문화만이 아니라 그 안에 얽힌 것들이 너무나 많고 쉽게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여서 안타까움이 커져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키워나가는 것 뿐이였지만 무작정 우리의 옛 것을 고리타분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깨트릴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였다.

예전에 김훈의 '현의노래'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현의 노래의 배경이 되었던 가야금 또한 이 책에서 상세히 언급되어서 단순히 내게 인식 되어 있던 가야의 금만이 아닌 '금'의 의미며 중국에 묻혀버린 우리의 독창성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 음악사에서 왕산악과 우륵이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감히 다르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외래의 악기를 주체적으로 개량한 6세기경의 인물 가실왕의 업적과 진흥왕의 음악 사상을 높이 사고 재평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가야금과 거문고가 뛰어난 악기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한 나라의 왕이 음악사에 기여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단순히 악기를 개량할만 한 것이 아닌 주체성을 고려 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커다란 이유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훌륭한들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고 즐길 수 없다면 그 맥은 진즉 끊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이유가 아닌 너무나 등한시하고 서양의 음악에 익숙한 나머지 당연시 되고 있다. 서양의 음악을 양악이라하지 않고 음악으로 분류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국악의 소홀함이 대번에 느껴진 것이다.

오히려 국악을 즐기는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당하는 상황이니 나 또한 그래왔으면서도 이러한 현실이 낯설다.

 

어릴적 두메산골에서 살았던 나는 우리 악기에 대한 한가지 추억이 있따.

한겨울의 어느날 눈이 정말 많이 내려 신이 난 나는 홀로 마당에 나가 뽀드득 소리를 내며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앞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다름아닌 대금 소리였다.

상상해보라.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한 산골에 나는 마당에 서 있고 주변은 고요하고 어디선가 대금 소리는 들려온다. 그 청아함, 서글픔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조금 더 자란 후 겨울만 되면 그 대금 소리가 생각나(누가 불었는지 상상할 수 없었던..) 대금음반을 사려 국악코너를 뒤적거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어떤 연주자를 사야할지 몰라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 악기에 대한 관심은 아주 조금 있지만 이러한 계기글 바라며 우리의 악기 문화의 관심을 돌리는건 무리일 것이다.

옛 선인들은 주체적인 면까지 생각하며 악기를 만들고 개량했듯이 한번쯤은 내가 속한 주체와 정체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창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비단 내가 염려 하는건 악기에 대한 관심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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