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탁
세오 마이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허겁지겁 챙겨서 나오느라 아침밥을 못 먹은 것은 물론 식구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아침밥도 든든히 먹고 여유있게 나올텐데 늘 아침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나와는 너무나 상반된 한 가족이 있다.
시간에 관계없이 아침에 식구들은 모두다 반드시 식탁에 앉아 같이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가족간의 중요한 이야기가 아침 밥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엄마가 집을 나간다든가 아빠가 아빠노릇을 그만 둔다던가 오빠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발언들이 아침 식탁에서 이루어지고 태연하기까지 하다.
 
얼핏 보면 단란해 보이는 사와코네집.
그러나 아빠의 자살미수로 가족들은 죄책감과 자괴감등 삶의 색깔을 잃어 버린채 살아가고 있다. 아빠의 자실을 막지 못하고 그러한 생각이 들때까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죄책감에 벗어나지 못한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간다.
도저히 이 집에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늘 식구들의 끼니와 청소같은걸 해결해 주며 엄마는 나름대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죄책감을 지워나가고 있다.
아빠의 자살사건이 있은 후 엘리트였던 오빠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채 농사를 짓고 아빠가 자살했던 그 시기가 돌아오면 앓아버릴뿐 사와코는 평범한 10대 소녀이다.
 
각각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와코네 가족.
그 안에서 그들은 서서히 가족의 끈끈함을 느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엄마와 함께 다시 단란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내 나름대로 그려보지만 지금의 모습도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에 박차를 가한 것은 사와코의 첫사랑이였다. 우연히 학원에서 사와코의 오빠가 엘리트라는 사실을 알고 사와코도 그런줄로 착각하며 도전장을 내민 오우라.
그 도전장은 다름 아닌 학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사와코를 이기겠다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독특한 오우라와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로 노력한 끝에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한 그들은 좀더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어느날.
그러한 크리마스를 앞두고 비극이 일어난다.
 
분명 슬픈 사실이지만 결과가 궁금해 밤을 새며 책을 읽었던 나는 너무나 허망했다. 비극의 결말은 식상했기 때문이다.
오우라의 죽음 앞에서 식상하다는 말을 던지는 내가 참으로 거슬리지만 왜 꼭 그렇게 식상한 방법으로 결말을 내야 했는지 조금은 속상해서 하는 말이다. 여자친구를 위해 한달동안 신문배달을 하고 선물을 주기 전날 교통사고로 죽는 오우라. 둘다 서로에게 줄 선물은 목도리.
이러한 사실들은 참으로 재미나게 따스하게 책을 읽었던 나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어느 정도의 내성으로 뭉쳐있는 나는 이러한 식상한 결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사와코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오우라와 사와코의 이야기가 참으로 좋았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분명 그들의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았지만 여기 저기서 많이 보아온 결말로 인해 나는 그들의 분위기까지 똑같이 몰아가고 있었다.
 
분명 사와코의 아픔과 오우라의 죽음이 안타까움으로 밀려 왔지만 왜 나는 오우라의 죽음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제 막 희망을 향해 나가려던 사와코가 안쓰러웠고 순수했던 오우라가 그렇게 사와코 곁을 떠난 것이 분명 안타까워서 그랬으리라. 식상한 결말이네, 허망하네 이런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안타까움에서 오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대리만족을 취하려던 나는 이렇게 정면 충돌을 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사와코와 오우라가 각자의 모습을 기억속에서 더이상 진척시킬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와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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