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네코 5 - 고양이패밀리 좌충우돌 일상 다이어리
쿠루네코 야마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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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이 책을 읽는데 마음이 조금 찡해졌다. 고양이들의 애교와 사랑스러움 뒤에는 고양이 집사의 헌신과 고충이 있고, 그 모든 것에는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인지도 모른다(‘고양이는 뭔가 도움이 되나요?’ 란 질문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현실적이면서도 오히려 애정이 느껴졌지만 말이다). 생명이 있는 무언가를 키운다는 건 나도 함께 자랄 각오를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요즘 어렴풋이 느낀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잘 하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그냥 닥치는 대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적인 일과에 쉽게 지치고,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를 키우는 와중에 위탁도하고, 입양도 하고 보내기도 하는 저자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 느꼈다. 그리고 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집사’라고 부르는지 오늘에서야 완벽히 이해했다.

저자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만 키우고 있다면 ‘집사’의 역할이 능숙하다 못해 몸에 배어 자동으로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와서 먹이고, 보살펴주고, 뒷바라지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낱낱이 보여준다. 특히나 고양이는 깔끔한 편이라 청결 면에서 늘 신경을 써야 하는데(물론 여기저기 오줌을 뿌리고 다니는 고양이 ‘봉’이 있긴 하다), 내 한 몸 씻기도 버거운 나 같은 사람에겐 절대 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사랑이 충만하면 그렇게 될까? 고양이가 신발을 물어뜯어 놔도 ‘어쩔 수 없지, 라든가-. 고마워-라는 생각?’도 부족해 화가 나기는커녕 ‘이런 건 냥이 집사에게 상이죠-.’ 라고 말하고 있으니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을 뛰어 넘어 버린 것 같다.

아니면 육아와 비교해 보면 비슷할까? 밥 달라고 자고 있는 저자를 깨우고, 괴롭히고, 잠자리도 빼앗아 버리는 건 기본이고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집고 뛰어다니는 고양이들. 둘째가 네 살이 된 지금도 나의 작은 소망은 통잠이요, 어질러지지 않은 거실이라 여기는 것처럼 때론 나도 아직까지는 아이의 집사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편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기에, 내가 무언가를 해줘야 하기에 혹은 사람을 만들어야 여기기에(읭?), 갈등이 끊이지 않은지도 몰랐다. 고양이와 비교 자체보다 육아에서 힘을 빼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봐도 역시나 결론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는 저자의 모습에 위로를 받았다고 하면 이상할까?

그렇게 고양이들의 모습을 내내 지켜보다 동일본대지진 때 고양이를 위탁 받아 키우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큰 일이 벌어졌을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고양이를 맡아 키우는 일. 후에 고양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소식을 궁금해 하는 모습에서 정말 고양이를 깊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론 함께 했던 고양이가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버려서 상심하고, 아프거나 헤어짐을 아쉬워해야 하는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지만 끝까지 고양이 집사로 남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참 예뻤다.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볼 수 없는 나도 그런 저자의 기록을 언제까지나 마주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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