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신장재편판 1 - 강백호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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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는 정말 추억이 많은 만화다. 정작 만화책을 완독하지도 않았으면서 추억이 많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 때 <마지막 승부>라는 농구 드라마가 인기였고,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농구를 잘하고 싶어 근처 초등학교에서 혼자 농구를 연습했던, 이불킥 하고 싶은 추억이 있다. 혼자 농구 골대에 골을 넣으면서 ‘레이업 슛’ 혹은 되지도 않는 ‘덩크 슛’ 하며 이승환 노래 속의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무에게도 말하기 싫은 지우고 싶은 추억이지만 이 만화 이야기를 하려며 꺼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에도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서태웅, 강백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태지를 한참 좋아하던 나는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로 서태웅을 좋아했고, 그가 나오는 엽서나 브로마이드도 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등학교 생일 때 친구들이 아예 주인공들 사진이 담긴 판넬 액자를 사주었는데, 당시 함께 살던 언니에게 물어보니 진작 버렸다고 해서 아쉬웠다. 아마 그게 지금껏 남아 있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울 것 같다.


그렇게 추억 속에 잠자던 만화가 20권으로 재편해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선 3권까지 읽었다. 그리고 긴 만화를 소장해 본 적이 없음에도 이 만화는 꼭 모아서 소장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3권을 읽고 나니 4권이 궁금해서 몸이 근질근질 한데도(아니면 전 권이 다 출간되면 한꺼번에 모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차분하게 3권까지 내용을 정리하고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돌아서 제대로 읽기 시작한 만화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다. 3권에서는 곧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낼 강백호의 경기 활약상이 펼쳐지려 하면서 끝이 났다. 강백호가 농구부에 들어온 것 자체가 채소연이 농구를 좋아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스스로를 바스켓 맨이라 부르는, 우연이라고 하기엔 강백호가 너무 어리바리하게(그게 강백호의 매력이지만) 나와 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농구에 대한 강백호의 무지, 숨겨져 있는 운동기질과 천재성, 그리고 그가 농구를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종종 허를 찌르는 B급 유머에 이 만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

유도부에서 강백호를 탐내고 소연이의 사진을 가지고 유혹을 하는 장면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농구를 향한 근본 없는 열정과 그러면서도 드러나는 천부적인 운동에 대한 자질은 명확했다. 그래서 그가 이미 농구천재로 알려진 서태웅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궁금했다. 다소 유치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강백호는 소연이 서태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같은 농구팀임에도 그를 원수처럼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가 농구부에 들어오기 위해 보여주는 끈기와 저돌적인 모습 앞에서는 그가 어떻게 농구인으로 성장할지 기대되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진지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에서(능남고와의 경기 중에 상대팀 감독에게 똥침을 놓는다던가 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만 강백호만의 매력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에 반해 서태웅은 농구 천재로만 알려져 있고 여자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말이 없고 까칠하면서도 츤데레 같은 매력을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 그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서태웅은 좀 호리호리하게 보이지만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대부분 시커멓고(특히 교복), 등치 크고 땀 냄새가 절로 나는 이야기에 왜 매력을 느끼는지 앞으로 이유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4권을 시작하느냐, 재출간 완성을 기다리느냐가 관건이지만 이 만화를 만나고 정독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감격스럽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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