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무섭지 않아 - 건강 빛방울 그림책 2
모닉 페르뫼런 글, 레인 판 뒤르머 그림, 콩세알 옮김 / 스푼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큰 아이의 첫 유치가 하나 빠졌다. 어느 순간 아랫니가 좀 벌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연히 안쪽을 보다 이미 아랫니가 유치 뒤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순간 미안해졌다. 아이의 이가 흔들리지는 지, 영구치가 나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큰 아이는 치과에 가기 싫어했다. 그러면 네가 혀로 밀고 더 흔들거리게 해서 집에서 뽑으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도 진전이 없자 결국 아이를 데리고 치과로 갔다. 어르고 달래서 무섭지 않다고 말해주어도 겁을 잔뜩 먹고 있더니 아파할 틈도 없이 발치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많이 흔들린 상태라 큰 아픔 없이 이가 빠졌고 피도 별로 나지 않았다. 간단히 동의서를 쓰고 아이의 빠진 첫 유치를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두려움이 없었다. 이미 치과를 경험했고, 역시나 무섭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경험을 해보니 그럭저럭 견딜 만 한 곳이라 여기는지도 몰랐다. 주인공 한나가 당나귀 인형 두두의 부은 볼을 보며 치과에 가자고 한다. 하지만 두두는 ‘주사에다 칼에다……. 치과는 너무 무섭단 말이야.’ 라며 거절한다. 한나는 의사 선생님이 상냥하고 다정하며 재미있다고 하지만 두두는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한나의 마음도 두두의 심정도 이해가 가는 게, 아이를 달래서 병원에 가려고 하지만 이미 아이는 겁을 먹었고, 그 다음에는 자연스레 협박(?)이 뒤 따른 뒤에야 갈 수 있었던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는 끝가지 두두를 안심 시키며 친절을 베풀기도 하고, 입을 벌리지 않으려 하자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어 웃게 만든다. 그리곤 입 안을 들여다보면서 곧 이가 빠질 거라고,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켜 준다. 그렇게 두두와 치과 놀이에 한참 빠져 있는데, 한나의 엄마가 다급하게 한나를 부른다. 치과 예약이 되어 있다며 얼른 나가자고 하지만 한나는 순간 겁을 먹고 절대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자 두두가 한나에게 다가와 치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며, 의사 선생님은 상냥하고 재미있다는 말로 위로 해준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한나는 그렇게 치과에 무사히 갔고, 두두의 말처럼 치과가 무서운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네가 경험한 치과는 어땠냐고 물어보니 윙 소리(기계음)는 싫지만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감하게 치아를 잘 뽑았다는 약간의 자화자찬이 섞여 있었지만 당시에 정말 울지도 않고 겁도 내지 않아서 용감하다고 칭찬해 주었던 터라 아이의 말에 격한 공감을 해 주었다. 책의 뒷면에는 ‘무서움을 털어 내요.’라는 코너를 마련해 병원에 갈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려준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기 등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역시나 내 편할 대로 겁주고 협박하고 억지로 데려갔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웠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그런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어른인 나도 병원은 무서운데 그런 나를 겁줘서 데려간다면 정말 싫을 것 같다. 아이들 시선에서 좀 더 헤아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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