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알 판 판 알 비노 비노 - 오로가 들려주는 쿠바 이야기
오로.김경선 지음, 박정은 그림 / 너머학교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단지 머릿속 생각으로만 남겨 두는 이유는 바로 두려움 때문일 거야. 실패할까 두려워 정작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가슴 가득 미련만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난 친구들이 미련으로 얼룩진 삶보다는 도전해서 실패로 단단해진 삶을 사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해. 114쪽

 

쿠바하면 ‘체 게바라’, ‘비에나부스타 소셜클럽’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쿠바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디자이너, 살사 댄스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오랜 편견을 깨트렸다. 거기에는 ‘체 게바라’가 가장 컸다. 내가 체 게바라 평전을 읽은 지 10년이 넘었고, 내가 책으로 읽은 체 게바라와 나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쿠바에서 자란 저자의 시선이 다른 건 당연했다. 저자는 체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에 기여하고 발전에 힘쓴 사람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 인물들 중 한명이라는 뿐이고, 그때 만든 체제들에서 비롯된 쿠바의 어려운 상황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들을 들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나 역시도 혁명가로서의 체 게바라만 기억하고 있었을 뿐 이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쿠바의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곳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자란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수학을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사랑하는 법과 인생을 즐기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해. 지식과 정보는 아이 스스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배울 수 있지만 사랑은 받아 보지 못하면 남에게 쉽게 줄 수 없는 거잖아. 109쪽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깊은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과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청소년 시절 별거 아닌 일에 마음이 삐뚤어지고 열등감을 느꼈던 나와는 달리, 타인의 시선보다 내 마음의 평화와 즐거움에 더 귀 기울이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현재에도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데, 그건 내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해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모만 보더라도 우리와 확연히 달라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 저자는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도, 민망하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을 마주해도 한국 사람이 다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고 했다. 스스로 마음이 넉넉하고, 타인을 향한 시선에 편견이 없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여기며 별 일 아닌듯 넘겼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라며 남의 탓을 하는 마음이 많아 진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정신이 건강한 저자가 참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현대인들은 너무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유년 시절 내가 가졌던 꿈, 나를 행복하게 했던 상상의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우주의 긴밀하고 비밀스러운 교감 같은 것들은 다 잊은 채 하루하루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지친 어른들은 이 책을 읽는 잠시 동안이라도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가 모든 게 가능했던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 유년 시절의 나를 마음 한쪽에 항상 간직하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123쪽

 

정말 그랬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쿠바의 역사와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체 게바라 등 그간 가지고 있던 편견을 많이 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치 내가 유년시절로 돌아가 ‘모든 게 가능했던’ 그리고 모든 걸 꿈꿨던 나를 떠올리는 시간들이 더 많았다. 자잘한 고민과 걱정은 있었어도 큰 걱정과 실망과 회환이 없었던 시절. 어느 정도 미화는 있겠지만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지금껏 계속 그때의 ‘나’를 간직하고 있다 여기고 있다. 그 유년시절의 내가 언젠가 나만의 글로 드러나기를 늘 바라고 있다. 이게 현재 나의 꿈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