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이의 미술관 나들이 꿈상자 4
백미숙 지음, 이준선 그림 / 키즈엠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그림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중학교 때 미술 시간이면 과제로 내준 그림이 어려워 항상 친구에게 부탁할 정도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그림이 좋아졌다. 20대 때 경주 여행을 갔다 강물에 비친 가로등 불빛을 보고 고흐 그림을 좋아하고, 서서히 미술 책을 보면서였을 것이다. 그 뒤로 종종 전시회를 보곤 했지만 여전히 지식은 쌓이지 않는다. 그저 보는 것만 좋아 미술책만 잔뜩 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옛 그림을 보고 있는 여울이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누런 종이에 그려진 그림들을 왜 보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저 지루하고 밖에만 나가고 싶은 마음이 말이다.


그러다 어디선가 수박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따라가다 신사임당의「초충도」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림 속의 수박을 파먹고 있는 쥐를 보고 여울이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그리고 나무 아래 강아지와 동이라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반가워한다. 여울이는 재미없다고 여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숙제를 하지 못해 서당에 못 가고 있는 동이는 여울에게 함께 놀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둘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고 돌다리 위에서 예쁜 아줌마도 만나고(신윤복의 「미인도」), 내친김에 돌다리 밑으로 내려가 동이와 물고기를 잡고 놀게 된다. 그러다 임금님이 궁궐로 돌아가시는 행차도 보게 된다(김득신 외「화성능행도」). 둘은 산등성이에 올라가서 행렬을 보는데 지켜보는 내 입에서 자연스레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장엄했다.


계속해서 동이와 여울이는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그림 속 인물과 만나거나 상황을 맞닥트린다. 그러다 호랑이와 마주치게 되는데 순간 너무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은 여울이는 이내 그림 밖으로 빠져나와 엄마를 만난다. 엄마가 시원한 음료수를 사주겠단 말에 미술관을 빠져 나오려 뒤를 돌아보는데 그곳에는 훈장님께 혼나고 있는 동이(김홍도의「서당도」)가 여울이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다. 여울이는 조그맣게 “동이야, 힘내!” 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미술관을 빠져나온 여울이는 처음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아주 긴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만났던 사람들과 동물, 사물들이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며 여울이가 얼마나 즐거운 여행을 했는지를 알려준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옛 그림을 여울이와 동이의 여행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어주었다. 옛 그림 속의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 하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만들어준 책이라 마치 나도 그림 속 여행을 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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