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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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킥킥대며 읽을 줄 몰랐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주인공의 삐딱함이 눈에 거슬려 조금 읽다 덮어버렸다. 책 제목을 보며 나름대로 고상한『도련님』을 상상했다가 내면에 온통 불만과 삐딱함으로 채워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굳이 들어야하나 싶었다. 그렇게 책이 묻히나 싶었는데『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를 읽고 완전히 시선이 바뀌어 버렸다. 그 시선이 유지되나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꺼내 들었는데 정말 단숨에, 그것도 너무 재미있게 읽어버려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과 둘이 남겨진 주인공은 형이 재산을 처분하고 남겨준 약간의 돈으로 딱히 할 게 없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중학교 선생님이 되어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첫 부임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키우다시피 한 기요라는 하녀만이 유일한 자기편이었지만 멀리 부임한 까닭에 그런 기요와도 떨어져 지내게 된다. 단지 그거 하나만 아쉬울 뿐, 도쿄를 떠나는 것도 먼 타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도 주인공에겐 그냥 될 대로 되란 식이었다. 앞 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늘 손해만 보고 살아왔다 생각하고 있기에 그곳에서의 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용으로만 보자면 유머가 숨어 있을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킥킥댈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품고 있는 불평불만과 삐딱함과 생뚱맞은 진지함이었다. 보이고 느끼는 대로 사람에게 무조건 별명을 지어주고 곧 모든 걸 때려치울 정도로 내면에서는 무덤덤함이 묻어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소심하게 여겨질 정도로 빈약할 때도 있었다. 무모하게 저지르고 보는 성향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외소한 자신의 체격과 이러저러한 상황들을 보며 덤비는 걸로 보아 전혀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단지 내면에 들끓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 혈기로 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나이와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23살에 자신보다 덩치 큰 중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던 주인공의 내면의 갈등과 지난함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교육에 대한 진중한 고민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들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했다. 멋대로 별명을 붙여서 부르는 선생님들은 모두 그의 시선에선 비정상이었고, 그들의 이중성을 알게 되면서 경악하기도 하고 측은하게 생각하기도 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생활을 하려해도 이런저런 모함에 휩쓸리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선생을 괴롭히며 얍삽하게 구는 교감의 뒤를 캐기도 한다. 나름대로 복수를 했다 생각하고 미련 없이 사직서를 던지고 도쿄로 향하는 그를 보면서 마치 타인의 꿈속을 헤맨 것 같았다.

처음부터 정착해야겠단 생각으로 간 것도 아니고 늘 여의치 않으면 도쿄로, 기요에게 가기로 마음속에 정해놓아서인지 그곳의 이야기가 더욱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과 타인의 시선이 대조적이라(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으로 주인공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부정할 수 없듯이 그의 시선에 보인 타인도, 타인의 시선에서 보인 그의 모습도 다 그를 그답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곳을 떠났을 땐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작이라 생각했기에 나 역시 주인공처럼 아쉬움이 남진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갇힌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여행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은 좀 특이한 여행은 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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