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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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믿음의 수준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다. 27쪽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고 믿고 있으면서 늘 당당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내 믿음의 수준이 형편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에 복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바로 복음에 대한 나의 무지였고, 율법에 관한 오해였다. 지금껏 나의 믿음은 어찌된 일인지 율법의 행위에 지나지 않았고, 복음이 온전히 들어오지 않아 그 기쁨과 은혜를 만끽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율법과 복음에 관해 제대로 알려준 책들을 읽으면서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율법에 익숙한 신앙생활로 돌아왔고, 영적 자존심도 들쑥날쑥 한 그야말로 기쁨을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죄성이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뿌리 깊은지를 모른다면 구원의 메시지는 감격과 해방으로 오지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의 빚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면 그리스도께서 치르신 대가가 얼마나 큰지도 알 길이 없다. 자신이 별로 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은혜라는 개념도 우리를 변화시킬 수 없다. 128쪽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바울의 서신서로만 알고 있었던 <갈라디아서>가 이렇게 날카롭고 명확한 내용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갈라디아서>를 읽었지만 이렇게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했고, 구절마다 스며든 참 뜻을 알지도 못했다. 나의 믿음 부족보다 무지했다는 말이 더 맞을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복음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당연했다. 나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20대 초반에 교회에 나가 분명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고, 한동안 감격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어느새 나는 그 은혜를 잊어버렸고, 은혜의 기쁨을 내 행위와 자만으로 채워나갔던 것 같다. 그렇기에 바울이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 적이라 느낄 정도로 하나님의 말씀을 적확히 전달하는 것을 보며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아 이 책의 제목이 왜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복음은 우리를 율법에서 해방시켜 결국 율법을 지키게 한다. 복음은 사랑 없이 이기적 동기로 율법을 지키던 우리의 구습을 없애 버린다. 대신 사랑으로 율법에 순종하고 싶은 마음을 불어넣어 준다. 213쪽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복음은 평생 우리가 안고, 깨닫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신칭의는 그것보다 더 깊은 이해를 요구하며, 한 순간 체험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고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거기다 율법의 해방을 알게 되면 순간적으로, 자유롭게 내 맘대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하나님께서 나의 죄를 대신해주셨고, 건져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율법을 지키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바탕임을, 우리가 더욱 바라봐야 할 대상이 하나님임을 더 깨닫게 한다. 마치 그런 이치 같았다. 처음 교회를 다녀야 했을 때 일요일에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고, 쉴 수 없다는 불안이 가득했다. 하지만 예배를 드리고 나면 평안해지는 마음과 교회를 나가지 않았을 때의 자유로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만큼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더 커져 더 열심히 예배드리고 싶고, 얼른 주일이 와서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초신자의 율법적인 행위일지라도, 율법에서 해방되어 율법에 순종한다는 말이 이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바울의 말은 이제 우리가 하나님의 율법이라는 가치관과 무관하다는 게 아니라 더는 구원의 길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 율법은 두려움을 이용해 억지로 순종을 강요하지 않는다. 126쪽 ~127쪽

거짓 교사들이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 율법을 강조하며 마치 그것이 구원에 이르는 길인 것처럼 유혹하고 있을 때 바울은 그들의 잘못을 낱낱이 짚어나간다. 그리고 구원에 하나님 은혜 외에 고쳐지고 추가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복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바울은 갈라디아 지방으로 왔다. 그리고 비단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와 잘못된 신앙이 얼마나 많은지 부끄러워질 정도다. 복음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면 바울의 날카로운 말들에 마음이 찔리는 것이 아니라 더 정신이 차려지고, 불안하고 두려웠던 마음이 기쁨과 안심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 마음을 지키는 것은 늘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복음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잊어버리고 자만에 빠지고 만다. 복음의 기쁨을 제대로 맛보면 다시는 그런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쁨이 더 많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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