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치킨에 관한 책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보니, 한 달에 한 번은 꼭 시켜먹는 게 치킨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치킨집이 있지만 늘 어떤 치킨이 맛있는지 몰라 먹어본 치킨만 먹고 있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보습득 요량으로 정독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치킨에 관한 추억들이 중구난방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100이 넘는 치믈리에를 배출하는 나라, 한국이 아니라면 치킨에 대한 책을 내기란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화려한 치킨 문화를 가진 나라, 세계 모든 맥도날드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치킨집이 많은 나라, 공원이든 강변이든 언제 어디서나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나라



프롤로그의 이 글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에 이 책을 정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치킨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궁금증! 그 궁금증을 이 책이 풀어주길 바랐다.





목차는 온라인서점에서 상세히 보길 권한다. -> 목차보기



프롤로그를 지나 목차를 살펴보면 정말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치킨을 고르는 것부터 치킨의 역사, 즐기는 방법과 음료 소개까지 정말 치킨의 모든 것에 대해 나와 있다. '치킨무 페이스 조절법' 목차를 보고 혼자 빵 터져서 가장 먼저 봤는데, 나는 늘 치킨무가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재력가 타입'으로 치킨무를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치믈리에가 뽑은 베스트 치킨 3'다.

내가 시켜먹는 치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1위는 BBQ 황금올리브치킨



나는 시켜먹은 적이 없는 치킨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치킨을 시켜먹으면 1순위로 시켜보자 싶었다.

념보다는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는 터라 정말, 정말,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







2위 교촌치킨 교촌허니오리지널


3위 BHC 뿌링클



드디어 내가 먹어 본 치킨이, 그것도 주구장창 시켜먹는 치킨이 나왔다. 바로 '교촌허니오리지널'이다. 뿌링클은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해서 딱 한 번 먹어봤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시켜서 음미해보마 다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촌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조금 짤 때도 있지만(동네마다 조금 다른 것 같다.) 치킨에 대한 추억이 하나 있다. 치킨을 시켜 혼자서 먹어본 경험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게 살아서인지(어릴 적 기억이 성장해서도 치킨을 시켜 혼자 먹는 건 과분하다 여겼다. 충분히 시켜먹을 수 있는데 왜 치킨에서만큼은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치킨은 늘 누군가와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첫 아이를 임신해서 입덧이 너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문득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교촌치킨 골드윙을, 그것도 점심 때 시켜서 혼자 야무지게 다 해치웠다. 입덧 중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남편 몰래 먹었다는 미안함에 흔적을 다 없앴다. 그때부터 교촌치킨은 나에게 좀 특별하게 남아 있는데, 최근에 배달료가 추가되는 바람에 뭔가 서운해서 자제하고 있었다. 아마 조만간 시켜 먹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다 『치슐랭 가이드』에서 치믈리에가 뽑은 1위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참지 못하고 시키고 말았다.





내가 간과했다. 아이들 앞에 치킨을 놔두고 사진을 찍는다는 게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둘째가 닭다리를 바로 낚아챈다.




남은 닭다리 하나를 제발 들어달라고 사정해서 남편이 들고 있을 때 책과 함께 찍는데 성공했지만, 뭔가 이미 끝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ㅋ



예쁜 사진이고 뭐고, 아이들이 마구 치킨을 집어 먹는 탓에 이론으로 접한 치킨을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먹어본 '황금올리브치킨'은 정말 튀김옷이 바삭했고, 남편과 나는 연신 오랜만에 후라이드 다운 치킨을 먹는다며 감탄하며 먹었다. 그만큼 맛있는 치킨을 먹고 싶은데, 정보가 없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둘째가 치킨 맛을 알고부터 항상 한 마리 시키면 애매하게 남았던 치킨이 부족할 지경이 이르렀지만, 가끔 남은 치킨으로 응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식은 치킨도 맛있다고 하지만 튀김옷이 눅눅해진 치킨을 첫날처럼 즐겨본 적이 거의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남은 치킨으로 응용할 수 있는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도전해 보고 싶은 요리법이 몇몇 있었다. 둘째가 배가 불러 치킨이 남는다면 꼭 한 번은 만들어봐야지~^^






문득 지인들과 밥을 먹으며 메뉴를 정할 때 뭘 좋아하냐는 물음에 우스갯소리로 '닭띠라서 그런지 닭요리는 다 좋아해요.'라고 종종 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치킨, 닭볶음탕, 찜닭 등 닭이 재료가 되는 요리는 다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는 닭가슴살이다. 그래서 나와 치킨을 먹을 땐 웬만해선 부위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떠오른 추억 하나 더!



지금처럼 치킨집이 많지 않았던 20대에 치킨이 먹고 싶으면 꼭 가던 곳이 있었다. 전남 지역에는 매장이 한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파파이스였다. 그때는 집 앞에 바로 있어서 혼자 가서 먹고 오던 날이 있었다. 그리고 매장이 사라지자 아쉬운 대로 롯데리아에 가서 항상 치킨텐더를 먹었다. 친구들과 함께 가서 치킨텐더를 주문하면 항상 시간이 좀 걸린다는 대답이 들려와도 항상 기다려서 머스터드 소스에 꼭 찍어서 먹었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치믈리에의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치킨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놀랐다. 하지만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을 대입해보니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한다는 것.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종종 세상은 살아갈 힘이 된다는 진리를 치킨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깨달을 줄은 몰랐다.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분명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치킨집이 많이 있는 게 아닐까?


치킨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이 책을 읽으면 나처럼 잊혔던 추억들이 분명 떠오르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목적은 확실합니다.


여러분의 더 나은 치킨 생활을 돕고, 최고의 치킨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_ 프롤로그 중



이 책과 함께 치킨을 드셔보시길!


너무 유쾌한 경험이라 많은 분들에게 이런 책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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