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꼬마 농부 깨금발 그림책 8
양혜원 지음, 장순녀 그림, 마승애 감수 / 한우리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표지 속의 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쥐의 모습과 좀 다르다. 뒷발이 훨씬 크고, 꼬리가 길다. 바로 북아메리카 사막에서 사는 쥐다. 여름은 무지 덥고, 겨울은 추워서 눈이 내리는 사막이라니. 그런 환경도 낯설지만 사막 쥐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더 신기하다. 굴속에 씨앗을 숨겨두고 숨을 내쉬어 씨앗들을 촉촉해지는데 그 씨앗으로 갈증을 해소한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만큼 지혜가 많은 쥐다.

사막 쥐의 지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이 부족한 환경인만큼 오줌도 조금 눠서 몸속에 있는 물을 아낀다. 천적인 방울뱀이 나타나면 발을 굴려 친구들에게 위험을 알리는가하면 큼지막한 뒷발과 긴 꼬리를 이용해 높이 뛰어 위기를 모면한다. 뒷다리는 숨을 곳이 없는 사막에서 순식간에 도망칠 수 있게 해주고, 긴 꼬리가 중심을 잡아 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긴 콧수염으로 캄캄한 밤에도 길을 찾고, 코요테가 쫓아와 꼬리를 물면 금세 끊어지지만 그래도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다.

사막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애쓰고 지혜롭게 행동하는 사막 쥐를 보면서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환경에 얼마나 적응하냐에 따라 진화와 퇴화, 정체가 이뤄지는데 사막 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거기다 더 중요한 역할은 사막 쥐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씨앗이다. 모래 속에서 씨앗을 골라내 굴속으로 가져와 보관을 한다. 그러다 사막에 비가 내리면 사막 쥐가 숨겨 놓은 씨앗들이 싹을 틔운다. 습도가 높으면 씨앗이 썩을 수도 있는데 굴 입구를 열었다 막았다를 하며 습도를 조절한다고 하니 과연 ‘사막의 꼬마 농부’라고 불릴 만 하다. 사막 쥐로 인해 사막에 풀밭이 생기고, 꽃도 피는 모습을 보며 사막 쥐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걸 알게 된다.

길을 걷다 빽빽하게 막힌 인도의 작은 틈바구니에서 솟아난 이름 모를 풀을 보면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땅 위를 딱딱하게 만들어 놓았는데도 뚫고 올라온 생명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자연의 섭리, 간절함, 경이로움을 거쳐 풀 한 포기에도 조건과 이유가 있음을 말이다. 사막 쥐를 보며 당연하고 간단한 이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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