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요리사의 행복 레시피 - 생활 이야기 (행복, 힐링, 요리),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29
정설희 글.그림 / 노란돼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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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입맛이 뚝 떨어졌다. 여름이라 그런지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어도 대충 허기만 때우기 바쁘다. 그래서 둘째 낳고 처음으로 몸무게가 임신 전으로 돌아왔다. 기쁨도 잠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분위기는 차치하고라도 마음까지 흐물흐물 해지는 맛있는 음식 말이다. 아마 표지 속의 요리사는 그런 음식을 만든 것 같다. 향긋한 냄새일 것 같은 노란색의 연기가 손가락을 돌아 스파게티면으로 변신해 제목까지 이어진다. 저렇게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면 분명 마음까지 흐뭇해지는 음식일 것 같다.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한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걱정 때문이었다. 코딱지는 왜 자꾸 나오는지, 내일 발표는 잘 할 수 있을지, 썩은 방귀 냄새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이 잠을 들지 못하고 밤새도록 걱정만 했다. 마을에는 항상 열려있지만 너무 맛이 없어 손님이라곤 돼지 두 마리가 전부인 식당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꿀꿀이 밥집’이라고 불렀는데, 요리사도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손에 들고 있던 국자를 깨문다.

국자가 ‘지그작!’ 하고 깨지면서 요리사는 국자 맛을 느낀다. 그때부터 요리사는 마을의 온갖 것들에 잇자국을 내면서 맛을 본다. 빗자루, 호스, 스카프, 지붕에 이어 구름까지 맛보며 메모를 하고 연구한다. 나름대로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맛있어 할 음식을 만들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맛을 보고는 며칠 동안 식당 문을 닫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그러던 깊은 밤, 온 마을에 달콤한 냄새가 퍼진다. 사람들은 그 냄새를 따라 ‘꿀꿀이 밥집’으로 몰려든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서재방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볼 때 창문을 열어 놓는다. 복도식이라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종종 음식 냄새도 타고 들어온다. 그런 밤에는 유독 허지가 더 지는데, 만약 책 속에서처럼 달콤한 냄새가 난다면 나도 집 밖을 나가 냄새의 근원을 찾으러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인간의 본능의 허점을 건들기만 해도 쉽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걱정 때문에 잠이 들지 못한 사람들이 그랬듯이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걱정을 잊을 정도로 행복해졌다. 언제 그런 걱정을 했냐는 듯, 사람들은 맛있게 음식을 먹고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리곤 음식에 뭐가 들어갔는지 궁금해 한다.

달빛 파우더, 나뭇가지 바람 한 덩이, 양떼구름 한 뭉치, 할미꽃 3송이, 도토리 2알, 행복한 아가의 미소

이런 재료가 들어간 음식이라면 걱정을 잊고 충분히 행복하게 해줄 것 같다. 요리사가 연구 끝에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고, 걱정을 잊고, 숙면을 취한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요리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주까지 진출해 연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꿀꿀이 밥집’에서 ‘행복한 밥집’으로 이름이 바뀔만하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을 맛보다는 추억과 기억으로 더 느끼게 된다. 가끔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어릴 적을 떠올리고, 당시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나중이 되어도 이 맛이 기억날지 궁금해진다. 음식은 그렇게 기억과 추억을 함께 갖고 간다고 믿는다. 오늘 먹는 음식이 평범할지라도 우리에게 그런 추억과 기억을 심어준다면 그것도 행복한 음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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