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여행 노트 - 북유럽과 동유럽 사이
방지연 지음 / 버튼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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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일명 발트 3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여행 책. 유럽 여행을 한다면 유명한 곳이 워낙 많아 굳이 이렇게 잘 모르는 나라를 갈까 싶었다. 여행 중 그 나라들이 저자를 낯선 이방인마냥 뚫어지게 쳐다봤던 것만 봐도 여행국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배편으로 1시간 반만 가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다다를 수 있다니, 뭔가 궁금증이 일긴 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식민지를 거쳐 1991년 구소련에 독립했다는 발트 3국. 나조차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나라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저자는 리넨과 수공예품을 찾아 여행했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상하게 리넨만 보면 나도 괜히 유심히 보게 되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북유럽과 동유럽이 섞인 모습이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완전히 낯선 나라처럼 여겨졌다. <어느 날 문득, 북유럽>에서도 저자의 취향대로 아기자기한 곳을 찾아다녀서 배경은 조금 익숙해도, 여행서조차 만나 본 적이 없는 도시라서 그런지 생경함이 있었다. 발트 3국처럼 분명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라와 도시가 많음에도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던 곳들이었다.

동화 속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의 취향대로 따라가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수공예품과 아트숍 위주로 탐방하다 보니 마치 나라 전체가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예쁘고 소박하고 아무런 걱정 없이 얼마간 살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고, 무작정 걸어보고, 관심사를 찾아 나서는 즐거움. 완전히 낯선 나라지만 기본적인 정서적 공감이 통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익숙한 기분과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새로움이 섞여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줬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책을 통해 새로운 곳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현재는 이렇게 책으로 만나고 즐기는 것이 좋다. 마치 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은 기분. 가만히 앉아 이렇게 여행할 수 있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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