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은 노란색이에요! - 색깔 빛방울 그림책 1
카스미르 후세노비크 글, 안드레아 페트릭 그림, 콩세알 옮김 / 스푼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영화『라따뚜이』를 보고 쥐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없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보다 보니 스무 번은 넘게 본 것 같은데, 그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회색 쥐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쥐돌이라고 말하고 있는 쥐는 평범하고 재미없는 회색 쥐 같다고 물으면서도, ‘섭섭하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회색이 좀 심심하고 지루하긴 하니까.’ 라고 말한다. 정말 쥐가 회색이 아니라 다른 색이었다면 거부감이 좀 덜했을까? 쉽게 대답이 나오진 않는데, ‘알고 보면 회색은 정말 멋진 색’이라고 말하는 쥐돌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쥐돌이는 화가다. 그렇기 때문에 색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을 거란 사실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쥐돌이가 회색을 멋진 색이라고 말하는 이유부터, 빨강, 파랑, 노랑이 기본색이라는 것과 여러 가지 색깔을 섞으면 어떤 색이 나오는지 알려주는 정보 책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미술시간이면 가장 기본적으로 알게 되는 색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색깔에 대한 느낌을 알려준다.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을 나눠 어떤 색이 마음에 드는지, 어떤 느낌인지를 묻는다. 쥐돌이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우리가 좋아하는 색깔이 다른 것처럼 그 색깔의 느낌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반면 빨강색은 사랑을 나타내는 색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위험하다는 경고를 나타낸다는 것도 알려준다. 파랑은 차갑지만 평화롭고 고요하다는 것, 노란색은 밝고 명랑하고, 또 쥐돌이가 좋아하는 치즈 색이라 더 좋아하는 표현이 깊어진다. 초록색과 갈색, 보라색과 분홍색까지 대부분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느낌이 이어진다. 쥐돌이는 색깔이 바뀔 때마다 표정과 옷차림도 조금씩 바뀌는데 그래서인지 그 색에 대한 느낌을 충실하게 전해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것처럼 쥐돌이는 회색을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내 몸 색깔’이기도 하고, ‘비 내리는 하늘과 구름이 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와 회색 구름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좀 의아하긴 했지만, 이어 ‘비가 온 뒤에는 눈부신 햇빛이 비치고 알록달록 무지개가 뜨지. 그러면 꽃과 자연이 활짝 피어나서 세상을 온통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 주잖아!’라고 하는 부분에서 회색이 진화해서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회색은 시멘트 색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차갑고 우중충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쥐돌이가 자신의 몸 색깔과 같은 색을 좋아하고, 비 내리는 하늘과 구름과 닮아서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되자 화가의 시선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요즘 같은 봄에는 비가 온 뒤에 확실히 생명이 꿈틀거리고 푸른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비가 오거나 회색 구름이 잔뜩 끼어도 너무 우중충하게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그 뒤에 세상의 색은 더 풍성해질 테고, 그러면서 색깔이 주는 편견에 갇히지 않을 것 같아서다. 더불어 책 제목처럼 기분을 색깔로 말할 수 있다면 나의 표현력이 좀 더 풍성해질 것 같은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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