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있으면 행복해 -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상수리 그림책방 3
나딘 브룅코슴 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이주희 옮김 / 상수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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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어나면서 큰 아이를 아빠에게 분리시켰다. 잠도 아빠랑 자고, 목욕도 아빠 담당이다. 아빠가 퇴근이 늦거나 바쁜 날에는 내가 대신 목욕을 씻기는데, 대충 씻기는 나와는 달리 아빠와 목욕을 할 때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둘이서 깔깔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큰 아이의 긴 머리카락을 트리트먼트까지 한 다음,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말리고 빗겨주고 베이비 로션까지 바르면 그제야 목욕 과정이 끝난다. 확실히 내가 씻길 때보다 아빠가 목욕을 시키면 딸아이가 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클라라는 엄마가 영화를 보러 가서 오늘은 ‘아빠가 목욕을 시켜 주고, 밥을 차려 주고, 잠을 재워 줄’거라고 했다. 수염이 삐죽삐죽 나고, 안경도 셔츠 주머니에 대충 넣어놓은 털털한 아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클라라의 표정이 기대에 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목욕부터 문제가 생긴다. 엄마는 클라라의 목욕물 온도를 맞추고, 악어 장난감도 클라라가 원하는 위치에 놓아주는데 아빠는 목욕물 맞추는 것부터 서툴렀다. 클라라가 엄마가 어떻게 해주는지 말하자 아빠는 악어 장난감을 들어 물장구를 튀기며 클라라를 놀래어준다. 엄마와 달리 더 활동적인 아빠와 목욕을 한 클라라의 표정이 무척 밝다.

하지만 부엌에서 저녁을 만드는 아빠의 서투름은 금세 드러난다. 그릇도 아무렇게나 놓은 것도 모자라 엄마가 만들어주는 달콤한 수프와 달리 짠 수프를 만들고 만다. 큰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는데 갑자기 할 말이 있단다. 내가 일이 있어 외출하고 없을 때 아빠가 돈가스를 해줬는데, 굽자마자 타버렸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맛이 없었지만 끝까지 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모습을 즐겁게 기억하고 있는 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라며 따지듯이 큰 아이한테 묻는 남편의 민망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저녁을 먹고 클라라를 재워야 할 시간. 클라라의 방바닥은 어질러진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큰 아이가 ‘오마이 가스레인지!’ 라며 놀란다. 이렇게 어질러져 있으면 엄마한테 혼날 텐데 하는데, 옆에 있는 내가 많이 찔렸다. 이내 아빠와 클라라는 꼬마전등을 켜놓고 이야기를 두 편이나 들었다. 그리고 뽀뽀를 해주고 잠이 드는데 클라라가 ‘아빠, 오늘 한 거 우리 또 해요, 네?’라고 말한다. 서투르기만 한 아빠와의 시간이 나름 즐거웠나 보다.


클라라는 목욕, 식사, 잠드는 것까지 모두 엄마가 해왔던 방법대로 아빠에게 유도했다. 아빠는 나름 최선을 다하면서 클라라의 요구를 들어주고, 서투르면 다른 방법으로 즐겁게 해주었다. 엄마의 사랑이 가득한 방법과 아빠만의 투박하고 즐거운 방법이 어우러지면 클라라의 일상이 더 풍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그러지 못하는 나의 일상이 비교가 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더 맞춰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방적으로 명령만 반복하는 나와는 달리, 클라라가 하자는 대로 눈높이를 맞춰주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하지만 나도 엄마가 처음이니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수밖에. 진부한 반성은 잠시 미뤄두고, 서투른 엄마지만 사랑을 듬뿍 주는 엄마가 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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