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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친구 ㅣ 살림어린이 그림책 31
타냐 베니쉬 글.그림, 한성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참 별거 아닌 걸로 친구와 싸워 멀어진 적이 많은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특히 더 그랬는데, 오로지 나에게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너와 가장 친하니, 너도 날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해줘야 한다는 유치한 질투가 항상 내제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하지만 여전히 그런 마음 때문에 사람을 깊이 사귀지 못한 것 같다. 친구인데, 영혼의 단짝을 찾듯이 하고 있으니 소극적인 내게 친구가 자주 생길 리가 없다.
그래서 화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쿠엔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린 싸웠거든요.’ 말하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싸운 것 같은데, ‘난 다른 친구가 아주 많으니까요.’ 말하는 걸 보며 단단히 화가 났음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나’의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무시무시한 동물을 전부 다 알고 있’는 토니, 좋아하는 놀이가 같은 제리, 착한 세이드, ‘나’에게 못된 장난을 쳤던 알렉스, ‘시시하고 재미없’다 느끼는 나디아 등 각기 다른 친구들과 놀게 된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게 표현된 것이 이렇게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에 따라 배경과 표정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재미가 느껴졌다. 꼭 쿠엔틴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즐기지 못했던 놀이를 하면서 행복해 하기도 한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에스텔과 놀 때가 제일 좋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늘 허전한 것 같다. 쿠엔틴과 싸웠을 때 화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소파에 앉아 ‘나’는 골똘히 생각한다. ‘원래는 쿠엔틴이 내 최고의 친구’라고, ‘사실 우리가 왜 싸웠는지 벌써 까먹었다’고 말이다. 다음 날 ‘딩동’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쿠엔틴이니?’ 하며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정말 쿠엔틴이 집 밖에 서있다. 그리고 역시나 아무렇지 않은 듯 공원에 같이 가자고 한다. ‘나’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가자고 하면서 그제야 행복한 뒷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열자마다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서 앞을 보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나’와 쿠엔틴은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함께 공원을 가는 뒷장에는 똑같은 그림이지만 ‘나’와 쿠엔틴이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둘만의 특별함이 느껴지고, 그제야 뭔가 편안해진다. 표정이 생생히 살아 있어서 그런지 마지막 장면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존중할 때 관계는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오히려 한 번도 싸우지 않다가 스르르 멀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과정을 거친 ‘나’와 쿠엔틴은 건강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하게 나와 잘 통하고, 언제든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 내 경험상 그런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외롭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런 소중한 친구들이 항상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것도 재지 않고,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었던 시절의 친구들이 갑자기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