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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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43쪽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고,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의 첫 과정은 상대방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좀 철딱서니 없는 나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결국엔 나를 더 들여다보게 되고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는, 이기적인 내가 남을 때가 있다. 사랑일 식어버릴 때다. 대부분 그럴 때 사랑은 끝이 난다.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쉽게 입이 열리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그랬듯, 상대를 자신의 일부로 여길 수 있는지 여부가, 진실한 사랑과 유사 사랑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지도 몰라. 37쪽

내 일부로 여길 수 있는지가 진실한 사랑이라면, 현재 나의 사랑이 명확해 진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말이다. 사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생각해보면 마음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하지만 정확하게 경계를 그을 수 없듯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게 사랑이다. 이런 얄팍한 사랑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쯤 진실한 사랑을 품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일었다.

인간은 얄팍한 면이 있어서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종종 착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안도감이지 행복이 아니다. 얼마 못 가 증발하고 만다. 303쪽


행복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이유는 잡히지 않는 행복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행복이란 것이 나만 마음을 다잡는다고 해서 쥐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타인을 경계하고 우위에 서면서 그것을 행복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면서 현재를 불행하다 판단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면 ‘안도감’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정작 주체로 서야 할 나의 행복과 삶의 방향은 잃어버린 채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아닐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라 이 생각조차 ‘얼마 못 가 증발하고’ 말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25쪽

상대가 싫어하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랑이라면? 나의 일상을 돌아보니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내 감정을 토로하기 바빴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해 진다. 그것도 내가 가장 사랑한다는 가족들에게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말들, 그 안에서 찾은 언어의 온도, 말이 전해지는 것과 떨어지는 것의 경계. 그 안에서 나의 생각은 수없이 뻗어 나갔다. 내게 올라온 일부의 말들만 들춰냈지만 내가 하는 말들의 의미를 신중하게 할 필요를 느꼈다. 말들이 온도를 지니고 있다면 듣는 이에게 어떤 식으로 전해질지 모르니 내 안에 머무르는 언어들이 적절하게 각각의 온도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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