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엄마 그림책이 참 좋아 33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만 보고 ‘설마, 나 인가?’ 싶었다. 두 아이에게 나는 정말 ‘이상한 엄마’로 보일 때가 허다해서 그랬을 것이다. 감정조절이 실패한 날에는 더욱 그러해서 제목만 보고도 심히 마음이 찔려버렸다. 그러나 책을 읽고 다 읽고 난 뒤에는, 아이가 아플 때 정말 이런 엄마라도 있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면서부터 아이가 아프면 가장 마음이 약해지고, 돌볼 수 없는 상황일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가 많으니까.


 

서울에 엄청난 비가 쏟아진 날, 호호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했다는 전화였다. 엄마는 일하는 중이라 당장 가보지 못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호호를 부탁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고 이상한 잡음만 들려온다. 그러다 겨우 전화가 연결되었고, ‘엄마’인 줄 알고 호호를 부탁한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다.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은, 모습이 꼭 선녀 할머니(?)같은 분이 곧바로 호호네 집으로 구름을 타고 날아간다. ‘아이가 아프다니 하는 수 없지. 좀 이상하지만 엄마가 되어 주는 수밖에.’ 라는 말을 하며 호호를 돌봐주기로 한다. 호호는 집에 무섭게 생긴 분이(얼굴에 하얗게 분칠이 되어 있어서 더 그래 보인다) 맞이하니 무서웠지만 목소리 때문에 안심하게 된다(저자의 그림책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독특한데, 집안 구석구석과 표정을 상세히 묘사해서 호호의 마음을 알 정도였다).

 

동화 속 상황이지만, 만약 요즘 같았다면 어땠을까? 누군가 남의 집에 들어온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날 돌봐준다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각박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호호가 아픈 상황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좋은 의도로 호호네 집에 온 ‘이상한 엄마’를 믿어주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엄마’는 호호가 먹고 싶다는 달걀국을 끓여 주는데, 호호는 맛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다 마신다. ‘이상한 엄마’는 집을 데울 요량으로 달걀프라이까지 해준다. 집안이 너무 건조해지자 달걀흰자를 모아 거품을 내 구름을 만들어 안개비를 뿌려준다. ‘이상한 엄마는 가장 크고 푹신한 구름을 골라 호호를 눕’혀 재운다. 호호 엄마는 일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오고, 곤히 잠들어 있는 호호를 보며 안심한다. 그렇게 잠이 든 모자가 일어나보니 엉망이 된 부엌에 거대한 오므라이스가 차려져 있었다.

 

‘이상한 엄마’가 벗어놓고 간 선녀 옷을 보며 호호 엄마는 의아해 하지만, 무사히 호호를 돌봐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변함없을 것 같다. 나였대도 내가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집이 엉망이 되더라고, 아픈 내 아이를 돌봐주고 거대한 저녁밥까지 차려져 있다면 이상한 상황이어도 고마울 것 같다. 내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이상한 엄마’라도 부탁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를 키울 때의 불안함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그걸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임신한 상태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여전히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호호를 돌봐준 ‘이상한 엄마’를 보면서, 내 아이들을 봐준 수많은 지인들이 생각나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이 하나를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도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아이에 관해서라도 좀 더 관대한 시선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이 너무 멀리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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